대형 로펌은 오랫동안 “꿈의 직장”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높은 연봉과 대형 사건을 맡을 기회, 그리고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네임밸류는 분명 매력적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예상보다 훨씬 치열한 경쟁 속에서 조직 문화가 경직되고, 파트너로 가는 길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느끼는 변호사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대형 로펌이 안고 있는 내부 현실과, 어쏘(associate)들이 겪는 고민, 그리고 미래 방향에 대해 살펴봅니다.
파트너 구조가 경직된 탓에 후배 변호사들의 성장이 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일정 연차가 차면 자연스럽게 파트너가 되거나, 선배들이 자리를 물려주는 문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기존 파트너들이 버티면서 승진 기회를 나누려 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수년간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려도 결국 “파트너 벽”을 넘지 못하는 사람이 훨씬 많다는 점이 어쏘들에게 좌절감을 줍니다. 그 결과, 조직 내에서 유능한 고연차 어쏘들이 후배들을 이끌고 중형 로펌이나 사내변호사(인하우스)로 이탈하는 현상이 빈번해졌습니다.
신입 변호사 시절에는 “대형 로펌” 간판 덕에 비교적 높은 연봉을 받으며, 하루 12~16시간씩 일해도 경력 스펙을 쌓을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버팁니다. 그러나 파트너 승진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낮다는 점을 알게 되면서, “이곳에서 오래 살아남기”보다는 “몇 년만 찍먹하고 다른 곳으로 옮기자”는 생각이 퍼집니다. 해외 유학 제도도 비용 문제 등으로 축소되었고, 해외 로스쿨 학위 취득 후 복귀해 파트너로 가는 길 역시 까다로워졌습니다. 내부적으로도 변호사들 간 경쟁이 심해져, 같은 로펌 사람끼리도 서로를 경쟁 상대로 인식하게 되는 분위기가 강해졌습니다.
과거에는 신입 공채로 대량 채용한 뒤, 어쏘들을 조직 문화에 녹여내는 방식이 보편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경력직 채용을 선호해 “바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인력”을 즉시 투입하려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경력직을 뽑다 보니 임금 구조에 혼선이 생겨 고연차 어쏘가 저연차 파트너보다 연봉을 더 받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는 점입니다. 더구나 매출은 늘더라도 1인당 생산성 자체가 크게 오르지 않아, 파트너들의 부담도 갈수록 커집니다. 또한 규제나 공정거래 등 특정 분야에서는 변호사보다 전관 출신 고문이 더 영향력을 행사해, 로펌 변호사들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습니다.
많은 어쏘들은 결국 더 나은 근무 환경이나 미래 비전을 찾아 이동을 고민합니다. 대형 로펌에서 쌓은 경력을 바탕으로 사내변호사로 전환해 기업 법무팀에서 안정적인 커리어를 쌓으려는 사람이 늘었고, 외국계 금융사나 투자은행(IB)으로도 이직하려는 경향이 커졌습니다. 일부는 개업을 택하지만, 이미 법률 시장이 포화 상태라 쉽지 않은 길이라는 인식이 강합니다. 결국 대형 로펌 내부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지만, 어디든 녹록지는 않다는 게 현실입니다.
여전히 한국 법률시장의 최상위 구조를 점유하고 있지만, 과거처럼 “꿈의 직장”이라는 환상을 주기에는 여러 면에서 현실적 어려움이 뚜렷해졌습니다. 경직된 파트너 구조, 치열해진 내부 경쟁, 사라져 가는 유학 기회 등으로 인해 어쏘들이 장기 근속할 이유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많은 이들은 대형 로펌을 “상대적으로 덜 나쁜 선택지”라고 표현하며, 불투명한 미래를 지켜보는 중입니다. 결국 “높은 연봉과 네임밸류만으로 이곳에 남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더욱 냉정한 판단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대형 로펌에서 단지 버티기만 하거나 간판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개인마다 명확한 커리어 목표와 생존 전략을 마련하는 일이 훨씬 중요해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