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

감독 : 김현석

by Plain Blank
그렇지만 여자들은 짐작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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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습관처럼 흥얼거리는 노래가 있습니다. 최호섭의 ‘세월이 가면’이라는 유명한 곡인데 여러 가수들이 커버도 많이 했고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에 쓰이기도 한 곡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언제부터 이 노래를 좋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니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에서 고 김주혁 배우가 덤덤하게 부르는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그대 나를 위해 웃음을 보여도 허탈한 표정 감출 수 없어’로 시작되는 짧은 노랫말을 가진 이 노래가 그 영화에서 광식이에 긴 짝사랑과 만났을 때 저는 그 노래에 매력에 빠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오랜 시간이 지나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를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는 광식이의 이야기로 시작됩니다. 대학에서 좋아는 한 여자를 만나지만 용기 없이 머뭇거리다 그녀에게 고백할 기회를 놓치게 됩니다. 그 후로 여권 사진 촬영을 위해 다시 만나게 된 두 번째 기회 역시 고백에 순간을 놓쳐버리고 밸런타인데이 때 술에 취한 동생 광태가 만든 오해로 광식은 그녀를 그렇게 포기하게 됩니다.

그리고 광태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광태와 의동, 일웅은 광태가 운영하는 비디오 가게에서 연애에 대한 가벼운 이야기들을 나눕니다. 커피 쿠폰 마지막 도장을 찍을 때까지 관계를 가지고 헤어지는 것이 최선이라는 친구 의동에 말에 광태는 동의를 하고 경재에게 거침없는 대쉬 후에 시작된 연애에서도 광태 머릿속에는 늘 잠자리에 대한 생각뿐입니다. 그녀가 좋아하는 예술영화를 함께 보러 가긴 했지만 개수작을 부리다 통하지 않자 잠이 들고 잠에서 깨니 마지막 장면을 보고 울고 있는 그녀.

광태에 커피 쿠폰에 마지막 도장이 찍어질 때쯤 경재는 광태에게 그만 만나자고 얘기합니다. 그때 허진호 감독에 봄날은 간다 대사를 인용해서 광태가 얘기합니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경재에 대답은 ‘사랑이 아니니까 변하지’ 그 말을 반박할 어떤 문장도 광태에게는 없어 보입니다.

광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괜찮지 않은 자신에 모습에 당황하고 그녀가 눈물 흘렸던 영화를 방에서 비디오 테입으로 혼자 보면서 눈물 흘리기도 하며 다시 그녀를 잡으려 하지만 떠나간 마음은 쉽게 잡히지 않습니다.

그리고 약간에 시간이 지나 도착한 마지막 챕터에는 두 형제에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일웅은 윤경과 결혼을 결심하고 광식은 뒤늦게 밸런타인데이에 윤경이 초콜릿을 선물하려고 했던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결혼을 앞둔 그녀에게 마지막 용기를 내어 내가 너 좋아한 것을 알았냐고 묻는 광식에게 그녀는 말합니다. ‘바보가 아닌 이상 저도 그 정도는 알고 있었죠. 그렇지만 여자들은 짐작만 가지고 움직이지 않아요’

생각해 보면 늘 한 번에 결정적인 기회는 있었습니다. 그렇게 좋아했던 그녀가 먼저 찾아왔던 것 그리고 오해가 있었지만 밸런타인데이에 초콜릿을 사가지고 온 것 그녀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했지만 짝사랑에 깊이 빠지면 그런 메시지들이 그 순간 잘 보이지 않고 놓치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광식이에 대사처럼 어쩌면 그녀를 혼자 좋아하고 있다는 그 감정을 나는 사랑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나 그건 사랑이었을까 하고 짝사랑에 대해 다시금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게 윤경과 일웅의 결혼식 식장에 무단 난입을 한 광식은 그녀에게 늘 부르려고 했지만 못했던 고백처럼 미뤄왔던 그 노래 ‘세월이 가면’을 급작스러운 축가로 부릅니다.

어느 영화에서는 한 곡의 노래가 그 이야기에 전체를 관통하기도 합니다. 그 장면에서 아주 익숙한 옛 이별 노래에 가사들을 광식은 짝사랑한 윤경을 떠나보내는 짧은 편지 덤덤하게 한음 한음 내뱉습니다. 그렇게 결혼식은 끝나고 또 얼마에 시간이 지나 두 형제는 우연처럼 누군가를 만납니다. 어쩌면 이번에는 두 사람 모두에게 진짜 사랑은 다시 시작될 것만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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