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발레리나’

감독 : 이충현

by Plain Blank
‘그래 알겠어 말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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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이충현 감독이 연출했던 ‘몸값’을 봤을 때 느낌은 아직도 기억이 납니다. 그 짧은 시간에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담아낸 이야기와 연출을 보고 앞으로 연출할 장편영화에 대한 기대감은 커졌습니다.

그 후 넷플릭스를 통해서 2020년에 첫 장편영화 ‘콜’이 공개되었지만 겁이 많은 저는 공포영화 비슷한 것도 잘 못 보기 때문에 보지 못했고 또다시 같은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통해서 이번 2023년 10월에 신작 ‘발레리나’를 공개했습니다.


영화 ‘발레리나’에 초반 전개는 꽤나 빠르게 이뤄집니다. 거칠게 처리된 톤들과 배경이 되어주는 가게들은 왕가위 감독에 ‘타락천사’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여러 명작들에서 오마주한 느낌과 함께 과감하게 처리한 색감도 좋았고 빠른 진행과 리듬감 있게 각각에 시퀀스가 넘어가는 컷 역시 깔끔합니다.


‘존윅’이나 ‘익스트랙션2’처럼 액션을 강조한 몇몇 작품들이 그러하듯이 ‘발레리나’ 역시 이야기 구조 자체는 굉장히 심플합니다. 발레리나였던 친구에 복수를 하는 주인공에 이야기를 실제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된 악질 성범죄와 연결해서 이야기를 끌고 갑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많은 장면들에서는 타란티노에 대한 오마주도 간혹 보이고 전체적으로 ‘길복순’에서도 그런 느낌 있지만 최근 이런 형태에 영화 중에 가장 성공한 시리즈인 ‘존윅’ 역시 자주 떠올랐습니다. 이렇듯 아주 다양한 영화들이 떠올랐다는 것은 ‘발레리나’라는 영화가 가지고 있는 오리지널리티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아쉬운 부분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초반에 빠른 전개에 비해서 중반부부터는 늘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두 주연배우 외에 배우들에 대한 정보가 없이 감상을 했기에 카메오처럼 인상적인 배우들이 한 명 한 명씩 등장하는 구조로 중반부부터는 이야기에 단조로움을 약간 해결하려 해보지만 느슨한 이야기 구조가 가지고 오는 영화에 진행은 그것만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느슨하게 끌고 가던 중반부를 지나 후반부에 마무리 역시 약간 성급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에게는 단순하게 이 영화를 30분 단위로 나눠서 본다면 처음 30분이 가장 좋았고 그 이후 부분들은 약간의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영화가 줄 수 있는 카타르시스는 어쩌면 단순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쁜 사람은 반드시 끔찍한 벌을 받는다. 우리 현실에서 이러한 범죄에 대한 처벌은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는 경우가 허다하기에 사람들은 분노하고 또 바쁜 본인에 일상에 정신없이 살다 잊게 되고 또 비슷한 뉴스에 분노하기를 반복하게 됩니다.

우리는 이런 영화들로 그래도 우리 마음속에 남은 최소한의 도덕과 정의라는 것을 어렴풋이 생각해 보고 현실에서는 그저 반성 없는 범죄자들을 감옥에 가두는 것으로 아쉬워하지만 영화는 현실에서 우리가 볼 수 없는 최대한에 복수로 마무리하며 길지 않은 러닝타임을 거쳐 온 관객들에서 분명한 정의에 카타르시스를 선사합니다.


영화 ‘발레리나’는 큰 기대와 의미를 가지지 않고 감상한다면 그냥 편하게 볼 수 있는 괜찮은 킬링 타임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상하게 돈을 주고 사용하는 OTT인데 한국에 오리지널 컨텐츠 거기다가 짧은 시간을 들여서 보는 영화가 나오면 뭔가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런 부분에서 영화 ‘발레리나’ 93분이라는 러닝타임은 넷플릭스 구독자들에게 아주 큰 매력으로 다가오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얼마 전에 봤던 ‘비공식 작전’이 해외를 배경으로 하기에 자막을 읽어야 하는 부분이 많았던 것을 생각해 보면 자국 영화에서 모국어가 주는 안락함은 생각보다 더 대단하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됩니다. 극장을 찾는 발길은 줄고 한국 영화에 위기라는 이야기가 작년부터 꾸준히 나오고 있는 지금 우리의 언어로 더 좋은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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