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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Story Nov 12. 2021

타임머신 타고 LA 과거로 가볼까

무법천지 서부영화 한 장면 같은 로스앤젤레스 시작 속으로

나무판자로 허술하게 세워놓은 건물들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거리에 카우보이 두 명이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다. 숫자 10부터 거꾸로 세면서 서로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기 시작하더니 마지막 ‘1’을 입 밖으로 내뱉으면서 찰나적으로 등을 돌려 서로를 향해 총구를 겨눈다. “탕!” 소리와 함께 모래 회오리바람이 일고, 정적이 흐른다. 몇 초 후, 한 쪽 카우보이가 인상을 쓰면서 고꾸라짐과 동시에 다른 쪽 카우보이는 총으로 챙 넓은 모자 한 쪽을 치켜 올리며 입가에 마초적인 미소를 날린다. 

어렸을 적 ‘주말의 명화’ 단골이었던 전형적인 서부영화 한 장면이다. LA는 도시 형성 초기, 이런 영화류에 자주 등장하는 무법천지로 도시가 형성되었다. 그런데 그런 역사가 쓰여지기 전, LA는 언제, 어떻게, 누구로 인하여 형성되었는지 궁금해졌다. 


LA 초기 정착민 

1781년 9월 4일은 공식적으로 LA시가 탄생한 날로 2013년, LA는 232번째 생일을 맞는다. 그러나 딱 이날부터 사람들이 이 지역에 살기 시작한 것은 아니다. LA가 시작되었다는 1781년으로부터 꼭 10년 전인 1771년, 후니페로 세라(Junipero Serra) 신부에 의해 LA 인근에 세워진 샌가브리엘 미션(San Gabriel Mission)을 중심으로 이미 마을이 형성돼 있었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이곳은 수천 년 동안 통바, 추마시 원주민(Tongva, Chumash Native Americans) 땅이었다.

공식적인 기록에 의하면 22명 어린이 포함, 총 44명으로 구성된 열한 가족은 1781년 9월 4일 샌가브리엘 미션 인근에 도착했다. 당시 캘리포니아 지역 지사(Governor)였던 펠리페 데 네베(Felipe de Neve)는 몇몇 스페인 군인들에게 9마일 떨어진 곳까지 그들을 인도하게 했고 그들은 자신들이 살 곳을 ‘천사들의 여왕 마을’ 즉 ‘엘 푸에블로 데 라 레이나 데 로스 앤겔레스(El Pueblo de la Reina de Los Angeles, The Town of the Queen of the Angels)라고 이름 지었다. 여기에서 ‘로스앤젤레스’라는 도시 이름이 나왔다. 이들 초기 정착민들을 ‘로스 포브라도레스(Los Pobladores)’라고 한다. 이들은 대부분 가난한 농부였고 2/3가 민족적으로 아프리카계와 유럽계가 섞인 메스티소(Mestizo) 또는 물라토(Mulatto)였다.

아빌라 어도비의 한 벽을 장식한 원주민 그릇


LA 발상지, 올베라 거리

한 동안 목장마을이었던 초기 정착촌은 현재 복잡한 LA 도심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LA 발상지(Birth Place)인 LA 플라자 공원과 올베라 거리(Olvera Street) 지역은 현재 캘리포니아 사적지(El Pueblo de Los Angeles Historic Monument)로 지정되었다. 올베라 거리는 그 길이가 짧고 반대편에서 걸어오는 사람들과 비껴가기에도 좁은 거리다. 작은 레스토랑과 간이상점 등으로 늘어선 이곳에는 연중 관광객들이 끊이지 않으며 상인들은 그들에게 기념품 등을 판다. LA 속 작은 멕시코에 와있는 느낌이 든다.


LA 가장 오래된 건물 ‘아빌라 어도비’

올베라 거리에 있는 아빌라 어도비(Avila Adobe)는 1818년 지어진, 현존하는 LA에서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다. 화려한 올베라 거리 끄트머리 쪽에 자리잡고 있다. 좁은 입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니 우물 정(井)자 식으로 사면에는 낮은 건물이 서있고 가운데는 마당이다. 마치 한국 전통가옥 형식과 흡사하다. 머루 넝쿨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회랑을 따라 방문자 센터에 가서 여러 팜플렛을 얻어 가지고 패밀리룸, 주방, 서재, 침실 등 차례차례 둘러 보았다. 자원봉사를 하는 안내자 할머니가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셨다.

당시 목축을 해서 큰 돈을 번 멕시코 이주민 프란시스코 아빌라는 1810년에 LA 시장으로 당선되었다. 1818년 그는 자신과 가족이 살 집으로 아빌라 어도비를 짓게 되는데 1832년 그가 죽은 후 1846년 미국과 멕시코 전쟁이 발발하면서 스탁턴 사령관은 주요 격전지였던 이 지역에서 이 집을 사령부 건물로 사용했다. 이후 아빌라 딸이 살다가 떠나가자 여러 번 주인이 바뀌었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아빌라 어도비는 차츰 사람이 살 수 없을 만큼 헐고 초라한 건물이 되어갔다. 그러던 중 1926년 영국에서 온 이주민 크리스틴 스털링은 이를 안타깝게 여겨, 노력 끝에 마침내 아빌라 어도비를 사들여 황폐해진 그 일대를 다시 회생시켰다. 그녀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활기찬 현재 올베라 거리와 아빌라 어도비라는 귀한 유적지를 방문하는 행운을 잡지 못했으리라. ‘유적지’라는 것이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가치를 매겨 귀하게 여겨지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곳을 방문해 보니 여러 전쟁이나 사건을 꿋꿋하게 견디어 온 역사가 그대로 그 속에 담긴 이유 때문에 특별한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도비(Adobe)

어도비의 뜻은 모래나 진흙으로 만들어진 벽돌, 또는 특정한 섬유나 유기물질로 만들어진 천연 건물용 재료이다. 그리고 진흙벽돌을 쌓아 올려 회반죽을 바른 건축양식을 말할 때도 이 단어를 쓴다. 아빌라 어도비 건물은 바로 진흙벽돌로 만들어진 어도비 양식이다. 이 이름을 딴 유명회사가 있다. 포토샵으로 유명한 어도비 시스템스(Adobe Systems)다. 이 회사는 캘리포니아에 본사가 있는 컴퓨터 소프트웨어 회사로, 인디자인,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고 있다.


LA 생일맞이 걷기 행사

LA시는 매년 노동절(9월 첫째 월요일) 연휴가 낀 토요일에 LA 탄생을 기념하며 1771년 세워진 샌가브리엘 미션에서부터 엘 푸에블로(El Pueblo de Los Angeles)까지 걷기 행사인 ‘Los Pobladores Walk to Los Angeles’를 펼친다. 초기 정착민이 걸었던 9마일을 따라 걸으면서 그들을 기념하고, 도착한 발상지 엘 푸에블로 광장에서 LA 탄생을 축하하며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한다.

서울역 격인 유니온역, 엘푸에블로 광장 건너편에 있다


지역에 대한 뿌리교육

어느 나라든 건국신화가 있기 마련이다. 신화를 공부해 보는 것도 그 민족 특성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흥미있는 일이다. 그런데 세계 국가 중, 막내로 태어난 미국은 건국신화라는 것이 있을 리 만무하다. 모든 것이 기록되던 시절에, 언제, 누가, 어떻게 나라를 이루었는지가 비교적 분명하기 때문이다.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Native American)을 제외하고, 미국은 모두 자의든, 타의든 다른 곳으로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와 함께 역사를 써내려 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지역은 도시 이름이나 길 이름에서 보듯이 스페인 영향을 많이 받았다. 스페인 식민지였던 중미 지역 많은 이주민들이 이곳으로 건너와 LA이라는 도시를 생성했고,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비록 역사는 짧지만 캘리포니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LA가 또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아는 것도 이곳에 사는 이민자 한인들의 또 다른 뿌리교육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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