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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a Story Nov 12. 2021

엘에이 남대문시장, 자바시장

한국에서 외국인들이 가봐야 할 곳 중 남대문, 동대문 시장이 자주 언급되는데, 이곳 엘에이에도 비슷한 시장이 있다. 자바(Jobber)시장이다. 이곳은 값싸고 좋은 물건 많기로 소문난 곳이다. 그런데 자바시장을 조금만 더 자세하게 들여다 보면, 현재 모습의 바탕에는 한인과 남미인 Jobber들의 피와 땀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기에 자바시장은 그 활기참과 더불어 삶에 대해 한번쯤은 뒤돌아 보게 하는 뭔가 특별한 감동이 있다.


브라질 동포에 의해 시작된 의류시장

자바시장은 북미대륙은 물론, 남미까지 중저가 의류를 공급하는 미 최대 의류 도매시장이다.

엘에이 다운타운 남쪽에 자리 잡은 자바시장은 1970년대 유대인들이 처음 의류 도매점을 열면서 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2.9km² 면적으로, South San Pedro와 11가를 중심으로 형성된 이곳 이름은 일용직 노동자를 일컫는 ‘Jobber’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한인의 자바시장 진출은 브라질 동포들에 의해 시작되었다. 1980년대 브라질에서 의류업으로 성공한 한인들이 엘에이에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서 한인 상권이 점차 커졌다. 현재 1000여 도매업체 중, 2/3를 한인들이 운영하고 있으며 연 매출은 60억 달러 규모이다(2011년). 의류를 기본으로 원단 자재, 신발, 잡화, 패션 액세서리 등 패션에 대한 전반적인 물품을 자바시장 한 곳에서 모두 만날 수 있다. Ross나 Marshall 같은 할인매장에 들어가는 옷, Forever21 같은 브랜드 옷도 모두 이곳에서 디자인 된 것이 대부분이다.


한인 경제의 메카

엘에이에 사는 한인이라면 ‘자바시장이 한인타운을 먹여 살린다.’라는 말에 모두 공감할 것이다. 자바에서 일하는 한인들은 4000여 명이며 관련된 업종에서 일하는 한인을 포함하면 2만 명은 족히 될 것이다. 자바시장 내 한인 운영 식당과 한인 비즈니스에 중요한 파트너인 한인은행, 부동산 업체 등등 자바와 연계해 살아가는 업종 종사자와 그 가족까지 합치면 한 10만 명 정도나 된다 하니 과연 자바시장은 한인 경제 중심이라 할 수 있겠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다운타운 서쪽에 위치한 한인타운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자바 한 업체에서 회식을 한다고 하자. 어디에서 할 것인가? 한인타운 내 고깃집이 1순위이다. 2차로 노래방 정도는 가지 않을까. 직원들 단체 선물을 한다고 할 때도 한인에게 가장 잘 맞는 선물거리 등을 한인타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부에노스 디아스”

자바시장 도매업소들은 평일에는 일반인들에게는 물건을 팔지 않는다. 그러나 매주 토요일 새벽부터 오전 11시까지는 일반인에게도 문을 여는 새벽시장이 펼쳐진다. “꼬모 에스따(¿Cómo está, 안녕하세요).”, “부에노스 디아스(Buenos días, 좋은 아침입니다).” 새벽시장은 스패니쉬 아침인사로 활기차게 시작된다. 웬만한 한인 종사자들은 어쩌면 영어보다 스패니쉬를 더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티셔츠 3장에 $10’ ‘드레스 $8’ ‘바지 2장에 $10’ 가격표가 쇼핑객을 부르고 있다. 자바시장에 가게를 가진 주인들은 가게 앞 공터에 옷걸이마다 옷을 걸어 놓고 손님을 기다린다. 단, 가게 안에는 소매상인들만 출입할 수 있다. 즉 Sales Permit이 있어야 한다. 자바시장 내 가게가 없는 상인들이 토요일 하루만 그 곳에서 장사를 하고 싶으면 Permit을 사야 한다. 새벽시장에 나가 보면 여자 옷과 신발, 핸드백, 속옷, 패션 액세서리, 화장품들이 그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더러는 남자 옷과 아이들 옷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샘플로 만들어졌던 옷도 간간히 눈에 띄는데 이런 옷이 새벽시장에서는 더 인기가 있다. 대량생산을 하기 전의 좋은 원단과 꼼꼼한 바느질로 한 두 개만 만들어진, 그야말로 보여주기 위해 잘 만들어진 옷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이 예쁜 곳으로 유명해진 가게 앞은 사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너도나도 자신에게 맞는 옷 찾기에 여념이 없다. 유명상표 샘플도 간간히 나오는데, 새벽 이른 시간에 가면 고급스런 옷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셔츠는 보통 $2~$7 정도이며 드레스는 $5~$15 사이, 바지나 치마는 보통 $3~$10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

한인에 의해 디자인된 옷들이지만 그 대상은 남미인과 미국인 상대이다 보니 한인이 선호하는 디자인은 아닌데(마네킹조차 남미여자 몸매이다) 특이한 디자인과 화려한 색깔을 띤 의류와 패션 잡화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뀌는 북남미 의류시장 거점

자바시장 대부분 상품은 미국 내에서 디자인되고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져 미국으로 수입돼, 미 전역과 남미에 공급된다. 자바시장이 북남미 의류시장 거점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점차 그 상권이 남미 신흥시장으로 이전되고 있다. 남미 업체들이 직접 중국과 연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세계적인 불황은 자바시장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자바시장에서 20년 간 도매업을 했다는 김모씨는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 초반까지는 정말 장사가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경제 위기로 지금은 그때보다 매출이 20% 정도 급감했어요. 다들 돈이 없으니 이런 새벽시장에도 사람들이 나오질 않아요. 4~5년 전만 해도 물건을 구입하려는 쇼핑객들로 걷기조차 힘들었어요.”라며 자바시장 변화를 전했다. 이런 실정에도 한인 종사자들은 한인들이 가진 근성과 창의성으로 자바시장이 세계적인 패션 비즈니스 중심으로 다시 태어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자바시장 생명을 이어가는 한인들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세 가지는 ‘의()’ ‘식()’ ‘주()’라고 초등학교 때 배웠다. 그 중 맨 먼저 호명되는 의(). 사는 데 없어서는 안될 의류 사업이 이곳에서 한인들에 의해 움직여지고 있다. 살아남기 위해 자바에 모여든 한인과 남미인 Jobber들… 그들의 눈물과 웃음의 역사가 묻어나기에 진한 감동이 느껴지는 자바시장. 이곳 심장부에 한인들이 있다. 매일 동트기 전부터 불을 밝히고 땀을 쏟아 부으며 자바시장 생명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그 자바시장의 심장은 세차게 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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