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白頭大幹)은 한국 지형의 등뼈로 불린다.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동쪽 해안선 남으로 뻗어내려 금강산, 설악산, 오대산, 태백산을 거쳐 남서쪽 지리산에 이르는 산맥이다. 한국 자연 상징인 백두대간은 여러 문인들에 의해 작품 배경으로도 많이 쓰여 한국인들 인문적인 바탕이기도 하다.
캘리포니아에도 백두대간에 비유될 수 있는 캘리포니아 등뼈,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가 있다. '눈으로 덮인 산‘이라는 뜻의 시에라 네바다에는 미 본토 최고봉이며 미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휘트니 산(Mt. Whitney 4418m)을 비롯해,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요세미티, 킹스캐니언, 세쿼이아 국립공원 등이 속해 있다(미 최고봉은 알래스카 데날리 산 Mt. Denali 6190m). 길이 400마일, 넓이 65마일로, 북쪽 프레도니어 패스(Fredonyer Pass)부터 남쪽 테하차피 패스(Tehachapi Pass)까지 뻗어 있는 시에라 네바다에는 캘리포니아 등뼈라는 별명에 걸맞게 화강암으로 구성된 험준한 산들이 많다. 시에라 네바다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완만한 밸리를 형성하고 있어 서쪽 지역은 센트럴 밸리라고 불린다. 동쪽 지역은 이스턴 시에라 네바다(Eastern Sierra Nevada)다. 이스트 시에라 네바다에는 많은 호수가 흩어져 있는데, 이 지역은 9월 말부터 10월 중순까지 사진사들과 여행객들의 주요 방문지가 된다. 사계절 날씨에 큰 차이가 없어 남가주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단풍이 이곳에서는 한창이기 때문이다.
아스펜(Aspen)이 주는 노란 선물
미 동부 단풍의 아름다움을 경험한 사람에게 이곳 단풍은 좀 시시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다. 사계절이 뚜렷한 동부의 화려하고 다양한 단풍은 여기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그레이트 스모키 마운틴(Great Smoky Mountain) 단풍은 얼마나 풍성하고 아름다운지! 산에 가득한 나무들이 저마다 내뿜는 색의 멋스러움은 사진만 봐도 그 대단함이 얼마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사계절이 온화한 서부에서 그런 장면은 연출되지 않는데, 그래도 많은 호수를 둘러싼 노란 단풍, 혹은 높디 높은 화강암 산이 병풍처럼 둘러선 산 밑에 노랗게 자리잡은 단풍은 여행객들을 위로하기에 충분하다.
이곳에서 가을 단풍의 참맛을 선사하는 나무는 단연 ‘아스펜(Aspen)으로, 한국어로는 은사시나무이다. ’사시나무 떨 듯한다‘라는 속담이 있는데, 그건 사시나무가 유난히 바람에 잘 흔들리는 성질 때문에 생겨난 속담일 것이다. 햇빛 받은 노란 잎들이 멀리서 보면 금색으로도 보이는 것은 바로 이 흔들림 덕분이다.
이스턴 시에라 단풍
론 파인(Lone Pine), 인디펜던스(Independence), 빅 파인(Big Pine), 비숍(Bishop), 매머드 레이크(Mammoth Lake), 리 바이닝(Lee Vining), 브릿지 포트(Bridge Port)가 이스턴 시에라에 속하는 지역이다. 이스턴 시에라는 높은 곳은 그 고도가 1만 피트가 넘는다. 9월 말부터 제일 높은 곳에서부터 단풍이 시작되고, 낮은 곳은 10월 중순까지 단풍을 볼 수 있다. 이 지역에는 아름다운 호수가 많아 호숫가 단풍 사진은 실제 엽서로 쓰인다.
* 론 파인(Lone Pine)
엘에이 출발 기준, 5번 북쪽 방향으로 프리웨이를 타고 가다가 14번 국도 북쪽 방향으로 갈아탄 후 국도 395번을 만나면 북쪽으로 달린다. LA에서 210마일 정도 거리인 이곳은 3시간 30분 정도면 도착할 수 있다. 이스턴 시에라 단풍을 보러 갈 때 첫 번째 쉬는 장소가 이곳인데, 보통 새벽에 떠나면 여기 맥도날드 햄버거 집에서 아침식사를 해결하게 된다. 식사 후 밖으로 나가면 휘트니 산이 위풍당당하게 서있다. 나무 하나 볼 수 없는 뾰족한 바윗덩어리 산을 보고 있노라면 위풍당당을 넘어 범치 못할 위협감마저 드는데, 엘에이에서 등산을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죽기 전 정상 정복이라는 결심을 다지게 하는 산이다. 갔던 날 때마침 로데오 경기가 벌어지고 있었다. 한 시간 정도 카우보이들이 말 타고 줄을 머리 위로 돌리며 송아지를 낚아채는 로데오를 구경하는 기회도 가졌다.
* 컨빅트 레이크(Convict Lake)
1871년 탈옥수들과 보안관들이 살벌한 총격전을 벌여 ‘죄수 호수’라는 이름이 붙여진 컨빅트 레이크는 우뚝 솟은 화강암 산을 배경으로 넓은 호수가 펼쳐져 있다. 바로 이곳이 엽서에 자주 등장하는 호수이다. 호숫가를 빙 둘러선 노란 단풍나무를 구경할 수 있고, 산 중턱 조금 더 밑에서부터 물가까지 쏟아져 흘러 내리는 듯한 노란 단풍 줄기도 절경이다. 카약, 카누를 탈 수 있고, 보트를 타고 송어낚시도 할 수 있다.
* 비숍(Bishop)
남가주에서 아스펜 단풍을 보러 간다, 하면 으레 비숍에 가는 줄 안다. 그도 그럴 것이 비숍 마을도 정겹고 아름답지만 인근에 크고 작은 호수들이 많아 그 경치가 매우 빼어나기 때문이다. 인근 고지대인 사우스 레이크, 노스 레이크, 레이크 사브리나 등은 9월 말부터 10월초까지 단풍 절정을 이룬다. 아랫동네인 비숍 마을에서는 10월 중하순까지도 단풍을 즐길 수 있다. 레이크 사브리나를 찾아 가다 보면 상주 인구 70여 명이라는 아담한 마을 아스펜델(Aspendell)을 만나게 되는데, 아스펜 나무가 가로수이자 집에 심어놓은 나무이기도 해서 이곳은 아스펜 숲속 마을이라고 해도 되겠다. 이런 작은 마을에 있는 집들은 왜 하나같이 이리 정겨운 모양인지, 마을의 아기자기함과 아름다움을 함께 공감하다 보면 깨질 사랑도 다시 이어지는 기적이 일어날 것만 같다.
* 매머드 레이크(Mammoth Lake)
사실 호수가 있지만 매머드 레이크 도시는 스키장으로 더 유명한 곳이다. 겨울철이면 이곳 숙박비는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스키 시즌이 시작하기 전 가을에는 손꼽히는 단풍 명소가 되는 곳, 또 사철내내 호수에서 송어잡이를 할 수 있는 곳이다.
* 준 레이크 루프(June Lake Loop)
이곳에는 준 레이크(June Lake), 걸 레이크(Gull Lake), 실버 레이크(Silver Lake), 그랜트 레이크(Grant Lake) 4개 호수가 있다. 실버 레이크는 이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을 보여 주는 명소로 꼽힌다. 걸 레이크에서는 가을철에 맞게 갈대를 볼 수 있다.
근처 다른 곳 덤으로 구경하기
* 모노 레이크(Mono Lake)
몇 년 전, 나사에서 중대 발표를 한다고 해서 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었던 적이 있다. 그 발표 내용은 바로 ‘모노 레이크에 생명체가 산다’라는 것이었다. 호수에 생명체가 존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생각하겠지만, 모노 레이크 물은 바닷물보다 짜서 생명이 살 수 없다고 알려졌었다. 염소, 단산, 황산을 포함한 강한 알카리 성분(PH 10)의 소금물 호수인 모노 레이크는 이스턴 시에라, 리 바이닝 시에 위치해 있다. 모노 레이크 소금물은 바닷물 염도의 2.5배여서 마크 트웨인이 ‘사해’라고도 불렀다고 한다. 모노 레이크가 유명한 이유는 지구상에 있을 것 같지 않은 특별한 장관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바로 기묘한 모양의 돌기둥인 ‘투파(Tufa)’ 때문인데, 이 투파는 오랜 세월에 걸쳐 형성된 탄산칼슘염 덩어리다. 호수 가장자리 수면 위로 솟아나 있는 투파를 찍기 위해 이곳을 방문하는 일은 세계 각지 사진사들 버켓 리스트(Bucket List)에 담길 정도이다.
Mono Lake, CA 93541
Photo by Stephen Leonardi
* 데빌스 포스트 파일(Devil's Postpile National Monument)
한때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속했던 이곳은 매머드 레이크 근처에 위치해 있다. 용암이 지표면에 흐르다 식는 과정에서 육각형 모양으로 규칙적인 균열이 생겨 형성된 현무암 기둥들로 이뤄진 주상절리(柱狀節理)다.
Devils Postpile Access Road, Mammoth Lakes, CA 93546, (760) 934-2289
*지진판(Earthquake Fault)
매머드 레이크로 가는 길에 작은 표지판 하나를 발견할 수 있는데, 바로 지진판을 구경할 수 있는 곳이다. 큰 바위가 갈라져 있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 자녀들 지질 학습에 적격인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