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 이삿날의 열꽃

by 제제

조리원에서 퇴소하던 날, 나의 뜻과 상관없이 딸의 이름은 시어머니가 철학관에서 받아 오신 리스트 중 하나인 '나이재'로 남편이 출생 신고을 했다. 내가 10달 넘게 고민했던 이름들은 시댁의 강한 '제안' 앞에 힘없이 무너졌다. 내 자식의 이름조차 내 의지대로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이 결혼의 냉정한 현실이었다.

​딸 나이재가 태어나는 그 날부터, 시어머니의 '일일 사진 보고'는 철저한 의무가 되었다. 지방에 사시는 시부모님께서는 아기의 성장을 하루도 놓칠 수 없다며, 매일 아침저녁으로 이재의 사진을 보내라고 하셨다. 하루도 빠짐없이 나는 아기의 예쁜 순간을 포착해 보고했다. 시부모님의 잦은 방문과 접대, 그리고 이재 육아까지 겹쳐 나는 뼈마디가 쑤실 만큼 지쳐갔다.

​나는 바닥 고과의 쓴맛을 잊지 않았다. 복직 후의 삶을 위해, 나는 회사 근처로의 이사를 강행했다. 출퇴근 시간을 줄여 육아와 일을 병행하기 위한 나의 첫 번째 전략이었다.

​드디어 이삿날. 짐을 싸고 푸는 정신없는 하루였다. 시부모님께서 "오늘은 우리가 이재를 전담하겠다!"며 지방에서 올라오셨다. 나는 그 호의가 너무나 달콤했다. 하루라도 육아에서 해방되어 온전히 이사에 집중할 수 있다는 생각에 진심으로 감사했다.

​저녁이 되어 이사가 마무리되었을 때, 나는 이재를 데리러 아주버님의 자취방으로 갔다. 문을 열고 들어선 순간, 후끈한 열기가 숨을 막히게 했다. 방 안은 사우나처럼 난방이 최고치로 돌아가고 있었다.

​시어머니는 자랑스럽게 이재를 안고 나오셨다. 이재는 두꺼운 배냇저고리 위에 또 담요로 꽁꽁 싸매여 있었다.

​"아이고, 우리 손주! 이삿짐 옮기느라 추우면 안 되니까 할미가 이렇게 덮어주고 보일러도 세게 틀었지!"

​나는 이재의 얼굴을 보는 순간, 심장이 내려앉았다. 이재의 얼굴은 이미 새빨갛게 익어 있었다. 온 얼굴에 붉은 태열이 끔찍하게 열꽃처럼 피어 있었다. 이마와 목덜미에는 땀까지 흥건했다. 아이는 힘없이 축 늘어져 있었다.

​"어머니! 이재 얼굴이 왜 이래요? 이거 너무 더워서 열꽃 핀 거예요!" 내가 떨리는 목소리로 묻자, 시어머니는 오히려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을 저었다.

​"아이고, 아기들은 다 이렇지. 추운 것보단 낫다. 그리고 얘가 엄마 찾느라 하루 종일 목이 쉬도록 울어서 혼났단다. 힘이 얼마나 센지!"

​'하루 종일 울었다고?' 나는 머리가 멍해졌다. 왜 연락을 안 주셨냐는 나의 질문에, 시어머니는 내가 이사에 신경 쓸까 봐 그랬다고 답했다. 하지만 나는 직감했다. 단지 '내 손주를 하루 종일 보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아이의 상태는 물론, 엄마인 나의 걱정까지 철저히 외면한 것이다.

​이재의 붉은 열꽃을 보는 순간, 감사함은 사라지고 분노와 원망만이 차올랐다. '이건 정말 사랑이 아니다. 침범이다.'

​새집으로 돌아와 나는 곧바로 이재의 옷을 벗겼다. 열꽃 핀 몸을 미지근한 물로 조심스럽게 씻기고, 약을 발라주었다. 온몸이 붉게 달아오른 딸을 품에 안고, 나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결심했다.

​"이제부터는, 어떤 일이 있어도 내 딸 이재를 시댁에 맡기지 않으리라."

​나의 '닭엄마'로서의 첫 번째 전투는, 유리 천장이 아니라 '내 아이의 건강과 영역을 지키는 것'으로 새로운 막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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