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화 : 복직 면담

by 제제

이사 후, 나는 이재에게 붉게 핀 열꽃을 보고 분노와 원망을 느꼈던 그날의 감정을 동력 삼아 시댁과의 관계를 재정의했다. 더 이상 순응하는 며느리가 아니었다.
​나는 나정식에게 단호히 선언했다. "어머니께 매일 이재 사진을 보고하는 건 내 업무가 아니야. 당신이 퇴근해서 직접 찍어 보내. 나는 이재 케어에 더 집중할 거야." 남편은 당황했지만, 나는 덧붙였다. "친정 부모님도 감기라도 걸릴까 봐 보고 싶어도 못 오시는데, 시부모님 방문 횟수도 이재 컨디션 생각해서 조율해 줘."
​나의 예상치 못한 단호함에 나정식은 더 이상 반발하지 못했다.

이재의 백일 날, 나는 시어머님의 삼신할매상 요청은 수락하되, 나정식의 '지방 출장'을 핑계로 방문은 막아냈다. 그렇게 나는 이재와의 소중한 공간과 시간을 지키며, 종전 기약 없는 시월드 방어전을 시작했다.

​그렇게 지켜낸 시간 속에서, 나는 비로소 진정한 행복을 발견했다.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고, 밥도 못 먹고 못 씻고 못 자도 이재가 주는 기쁨은 상쇄하고도 남았다. 말 못 하는 아이와 눈을 맞추고, 노래를 부르고, 책을 읽어주는 모든 순간이 내 인생에 찾아온 하늘의 선물이었다. 나는 이재에게서 잃어버렸던 나를 채워나갔다.
​이재의 첫 생일인 돌이 가까워지면서, 나의 복직 시점도 다가왔다. 바닥 고과의 불안감 속에 복직 신청을 한 나는, 어떤 한직으로 밀려날지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던 어느 날, 휴대폰에 모르는 번호가 떴다.
​"한여름 씨? 저는 새로 전략 프로젝트팀을 맡게 된 하 팀장이라고 합니다. 한여름 씨 복직 신청서를 봤는데, 저희 팀으로 오셨으면 해서요. 면담하러 회사에 한번 나와 주실 수 있을까요?"
​전략 프로젝트팀! 이름만 들어도 유리 천장 너머의 핵심 부서였다. 나의 바닥 고과와 지원부서 경력에도 불구하고, 누군가 나의 잠재력을 알아봐 준 것만 같았다. 심장이 격렬하게 뛰었다.
​나는 당장 나정식에게 연락해 이재를 부탁했고, 오랜만에 출산 전 입었던 정장을 꺼내 입었다. 차가운 유리 천장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던 일잘러 한여름이, '닭엄마'가 된 새로운 모습으로 회사 복귀를 위한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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