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버텨야 하는것들...

by 이건

어릴 땐 착하면 다 괜찮은 줄 알았다.
“착하네~”라는 말이 마치 금메달 같은

칭찬이라고 믿었다.

어른들도 그 말은 참 잘 써먹었다.

근데 나중에 깨달았다.
그 말은 사실 훈련이 잘 된 아이에게

주는 스티커 같은 거였다.


‘말 잘 듣는다, 조용하다, 분란 없다’

어른들이 좋아하는 3종 세트.

반면 나는…
늘 혼날 준비를 장착한 상태였다.
누가 화내면 “어? 내가 뭐 했지?” 눈치부터 보았고,
누가 슬퍼하면 “이건 내가 달래야 하나?”

책임감 발동하고,
누가 울면 “어… 내가 또 뭘 잘못했냐…”

자책 모드 실행.

이 모든 게 나름의 시스템처럼 몸에 배어 있었다.


남의 눈치가 내 눈치보다 훨씬 빠른, 그런 아이였다.

어른들은 그런 나를 보며 착하대.
근데 그 말이 어쩐지 서운했다.
나는 그냥 조용히 참고만 있었는데,
그걸 칭찬이라고 포장하니까


왠지 내가 ‘편리한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커서도 비슷했다.
누가 무례하게 굴어도,
누가 나를 이용해도,
“아휴… 저 사람도 사정이 있겠지…”
이러고 넘겼다.


마치 내가 온 동네 사정을 다 떠안고 사는 동장 어르신이라도 되는 줄.

근데 참는다고 다 괜찮아지는 건 아니더라.
참으면 참을수록 마음 안쪽이 눌려서 찌부되고,
내가 아무 말도 안 하니까
사람들은 진짜로 내가 괜찮은 줄 알더라.


그래서 더 밀고, 더 떠넘기고, 더 아무렇지 않게 굴었다.

그때 깨달았다.
‘착하다’는 말이 꼭 칭찬만은 아니었다.
그건 그냥 “너는 나한테 피해 안 주는 사람”이라는 뜻일 때도 있다.
아… 나는 그걸 너무 늦게 알아버렸다.


혹시 너도 그런 아이였니? 혼날까 봐 웃는 척하고,
미움받을까 봐 참고, 상처받을까 봐 조용히 있던… 그런 아이.

그렇다면 이제는 참지 않아도 돼.


세상이 너를 좋아했던 건
네가 착해서가 아니라,
네가 버텼기 때문이야.
넌 생각보다 훨씬 단단한 사람이었어.

그걸 아무도 몰라도—
나는 안다.
정말로, 나는 안다.

잘 버텼다.
정말, 너무 잘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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