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원1의 기록

by 김작가a

『침묵의 경계』— 경호원1의 기록

청와대의 새벽은 언제나 어둠 속에서 시작되었다. 나는 그 어둠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대통령이 잠에서 깨어나기 전, 나는 이미 경내를 두 바퀴 돌았다. 경비초소의 불빛은 희미했고, 경호실의 무전은 낮게 울렸다. 나는 그 낮은 울림 속에서, 권력의 맥박을 들었다.

나는 경호원이었다. 그리고 나는 침묵 속에서 권력을 지켜보았다.

27년 동안 나는 다섯 명의 대통령을 경호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청와대를 걸었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국민을 마주했다. 하지만 그들이 마주한 그림자는 늘 같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전경련. 나는 그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그것이 단순한 경제 단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나는 그것이 권력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 나는 회의실 앞 복도를 지켰다. 전경련 인사들이 청와대에 들어올 때, 나는 그들의 눈빛을 보았다. 그들은 두려움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감이 넘쳤다. 나는 그 자신감이 어디서 오는지 궁금했다. 대통령과의 회의가 끝난 후, 그들은 웃으며 나갔다. 그 웃음은 단순한 인사치레가 아니었다. 그것은 결정을 내린 자의 웃음이었다. 나는 그 웃음 속에서, 청와대의 권력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노무현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 분위기는 달라졌다. 그는 전경련과 거리를 두려 했다. 나는 그 거리를 지키는 사람이었다. 회의실 앞에서, 나는 그가 혼자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을 자주 보았다. 그는 말이 없었다. 하지만 그의 침묵은 무거웠다. 나는 그 침묵 속에서, 자본과의 싸움을 읽었다. 그는 국민을 이야기했지만, 자본은 그를 따라오지 않았다. 나는 그 간극을 지켰다. 그리고 그 간극은 점점 넓어졌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나는 청와대의 공기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그리고 그 뒤에 숨겨진 자금의 흐름. 나는 경호실 문서 보관함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버려진 문서 조각을 본 적이 있다. 거기엔 기업 이름과 금액이 적혀 있었다. 나는 그것을 읽지 않았다. 경호원은 읽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것을 기억했다. 그 문서의 무게, 그 종이의 떨림. 나는 그것을 손에 쥐었을 때, 청와대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 시절, 참모들의 발걸음은 빨라졌다. 나는 그 발걸음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그들은 무언가를 피하려 했다. 그리고 그 피하려는 대상은, 전경련이었다. 나는 그들이 회의실에서 나와 휴게실로 향할 때, 그들의 어깨가 처진 것을 보았다. 그 어깨 위에는 국민의 기대가 아닌, 자본의 압력이 얹혀 있었다. 나는 그 압력을 느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기록했다. 내 방식으로, 내 자리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들어선 후, 청와대는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그 조용함을 지키는 사람이었다. 전경련과의 거리는 다시 벌어졌다. 나는 그 거리를 환영했다. 경호원은 중립이어야 하지만, 나는 그 거리가 청와대의 공기를 맑게 만든다고 느꼈다. 회의실의 창문이 자주 열렸고, 참모들의 대화는 조금 더 길어졌다. 그들은 국민을 이야기했다. 그리고 나는 그 이야기를 들으며, 경내를 돌았다.

하지만 전경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들은 다른 이름으로, 다른 방식으로 청와대에 접근했다. 나는 그것을 느꼈다. 경호실 앞에 놓인 선물 상자, 복도에 남겨진 명함, 그리고 그 상자 속에 담긴 메시지. 나는 그것을 치우며, 그들의 존재를 다시 확인했다. 그들은 침묵 속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침묵을 지켰다.

윤석열 대통령 시절, 청와대는 용산으로 옮겨졌다. 나는 그 이사를 지켜보았다. 트럭이 오가고, 가구가 옮겨지고, 문서가 정리되었다. 나는 마지막까지 청와대의 경내를 돌았다. 그리고 그 바닥 위에 남겨진 먼지를 보았다. 그 먼지는 단순한 흙이 아니었다. 그것은 권력의 흔적이었다. 그리고 그 흔적 속에, 전경련의 이름이 있었다.

용산으로 옮긴 후, 나는 더 이상 청와대에 출근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그 공간을 기억했다. 그리고 나는 전경련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의 경제 효과를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는 황당했다. 재계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나는 그 보고서를 읽지 않았지만, 그 제목만으로도 그들의 의도를 알 수 있었다.

그들은 다시 줄을 서고 있었다. 새로운 권력에, 새로운 공간에. 나는 그 줄의 끝을 보았다. 그리고 그 끝에 국민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그 줄은 자본으로 이어졌고, 자본은 국민을 지나쳤다.

나는 다시 경호복을 입었다. 청와대는 없었지만, 나는 여전히 경호원이었다. 나는 국민의 삶을 지키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나는 경내를 돌며, 그 경계 속에서 질문을 던졌다. “정치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경제는 누구의 삶을 바꾸는가?” “전경련은 누구의 편인가?”

나는 그 질문에 응답하고 싶었다. 내 방식으로, 내 자리에서. 나는 경호를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기억했다. 흔들리지 않는 사람만이, 흔들리는 세상을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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