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증 장애 보호 사각지대의 실태

by 김작가a

복지의 부재가 인간 존엄을 어떻게 위협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실종, 자살, 인신매매로 이어지는 비극은 국가와 사회가 외면한 결과다.

2025년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발표한 자살통계연보에 따르면,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자의 자살률은 일반 인구 대비 3배 이상 높다. 특히 퇴원 후 지역사회에서 보호받지 못한 이들이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며, 퇴원 1년 내 치료 중단율이 매우 높은 편이라는 백종우 교수의 지적은 이들의 삶이 얼마나 위태로운지를 보여준다.

정신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병원 밖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가 된다. 치료가 중단된 이후, 이들은 주거 불안, 경제적 빈곤, 사회적 고립 속에서 방치된다. 가족의 돌봄이 끊기거나, 가족 자체가 해체된 경우, 이들은 거리로 내몰린다. 실종 신고된 정신질환자의 수는 매년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는 노숙자나 미등록 노동자로 전락한다. 이 과정에서 인신매매나 노동 착취의 위험에 노출되는 사례도 보고되고 있다.

특히 여성 정신질환자의 경우, 성적 착취와 인권 유린의 위험이 높다. 보호시설이 부족하고, 지역사회 내 성인지적 복지 인프라가 미비한 상황에서, 이들은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쉽다. 정신질환 병력이 있다는 이유로 실종 수사나 피해 조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으며, 이는 국가가 이들의 존재를 ‘통계 밖’으로 밀어내는 구조적 폭력이다.

자살은 그 끝단에 있는 비극이다. 그러나 그 이전의 삶은 이미 수많은 죽음의 형태를 내포하고 있다. 치료 중단, 주거 상실, 가족 단절, 사회적 낙인, 경제적 빈곤, 범죄 노출. 이 모든 것이 복지의 부재가 만든 ‘죽음의 조건’이다. 2025년 기준 정신질환 관련 사회경제적 손실이 연간 11조 원을 넘는다는 통계는, 단지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생명의 가치가 어떻게 저평가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복지정책은 이들을 다시 삶의 중심으로 데려와야 한다. 실종 예방을 위한 지역사회 기반의 모니터링 시스템, 자살 고위험군에 대한 조기 개입 체계, 인신매매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정신건강 전문 인력 배치 등이 시급하다. 특히 정신건강복지센터는 단순한 상담기관이 아니라, 위기 개입과 생명 보호의 거점으로 기능해야 하며, 24시간 대응 체계와 지역 경찰·의료기관과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또한, 정신질환 병력을 이유로 보험·대출·고용에서 차별받는 현실은 이들의 사회 복귀를 가로막는다. 법적 장치 마련은 단순한 권리 보장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정신질환 병력 차별 금지법, 고용 차별 방지법, 언론 보도 윤리 강화는 이들이 다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다.

복지의 철학은 ‘존재의 존중’에 있다. 실종된 이들은 단지 길을 잃은 것이 아니라, 사회가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라진 것이다. 자살한 이들은 단지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삶을 지탱할 구조가 없었기 때문에 무너진 것이다. 인신매매 피해자는 단지 범죄의 피해자가 아니라, 복지의 공백이 만든 희생자다.

우리는 이제 묻는다. 복지란 무엇인가. 그것은 단지 제도나 예산이 아니라, 인간을 향한 응답이다. 정신증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실종과 자살, 인신매매는 우리 사회가 복지의 본질을 외면한 결과다. 이들을 보호하고, 회복의 길로 이끄는 것은 단지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는가에 대한 선언이다.

화,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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