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로맨스

by 김작가a

3화. 삼각사랑

나라를 처음 만난 곳은 시장이었다. 찬란한 봄날이었지… 지금 돌아보면 너무나 잘한 결정이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솟아났는지… 자신이 대견스럽다.

작년 봄날. 나라는 장바구니를 들고서, 조용히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거북이가 눈을 맞추며, 물속에서 나와, 엉금엉금 기어 나라에게 다가온다.

나라가 살짝 내미는 손가락에 입 맞추었다. 순간, 나라는 살짝 손을 움츠리며 감전된 듯한 전율을 느꼈다. “어머! 너 귀엽다. 이름이 뭐야?”

호기심에 가득한 잔잔한 미소를 입가에 뿌리면서도, 마치 자신의 처지를 이입이라도 하듯, 깊은 연민의 눈빛을 건넨다. “너도 나처럼 갇혀 사는구나?”

‘이런… 마음을 잡아야지.’ 살짝 뒤로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백장미 머리핀이 봄 햇살에 반짝이고 있었다. 하얀 목덜미 주위로 내려 앉은 햇살이 어지러이 번진다.

그녀는 어디론 가로 달아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던 터였다. ‘그 바닷가로 떠나버릴까?’ 그와 함께 걸었던 그 바닷가… “나라야! 우리 결혼할까?” 그의 다정한 목소리…


우린 바닷가 고동이 들려주는 사랑 노래를 들었다. 바다 바람은 나라의 풀어 헤친 머리카락을 한껏 들어 올렸고, 나라는 마치 바람 타고 하늘을 나는 듯 행복했다.

바람 손길에 맞긴 머리카락은 햇빛에 반짝거렸다. 나라의 심장은 심하게 요동쳤다. 파도 소리가 묻힐 만큼, 고동치는 심장 방망이질 때문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나라는 그와 함께 할, 햇살 같이 따스한 미래를 그렸다. 그날, 부모님이 찾아와 그를 만났다. “나이 차이 때문에 나라를 줄 수 없어… 일자리도 시원치 않고… 과거도 있잖아?”

“나라! 무슨 생각해?” 나라는 배시시 웃었다. 현실은 참담한 소설이라 그랬던가. 나라는 잠시 숨을 들이 마셨다.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지…’

다가오더니, 나라를 툭 친다. 나라는 슬쩍 돌아보며, “오셨어요?” 애써 방긋 웃는다. 둘은 정육점에 들러 고기를 골랐다. 나라는 자신 없는 듯, 이것 저것 뒤적거렸다.

“조금 더 살까?”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까르르 웃으며, 다소 짓궂게 구는 나라에게, 사내는 손길을 멈추며 머뭇거리는 듯, 시선을 돌리며 무뚝뚝하게 “그럴까?”라고 대꾸했다.

나라는 집었던 고기를 내려 놓았다. “왜 그래?” 사내는 고기를 집어 들었다. 나라는 체념이라도 한 듯, 고개를 돌렸다. ‘자린고비 같은…’ 실망하는 기색을 감추지는 못했다.

나라는 그런 사내가 못마땅했다. 짧게 한숨을 쉬면서, ‘바위 같은 사람이야.’ 속말을 내뱉는다. 그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고개 돌리며 ‘이럴 거면 뭐 하러 시장 나오라고…’

‘참 재미없는 남자야.” 하지만,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입술을 살짝 삐죽거리며, 그의 얼굴을 향해 도래도래… 유치원 샘에게 칭찬받으려 교태(嬌態) 떠는 여학생처럼…

신혼부부가 맞는 건지… 그러고, 나라는 어찌나 예쁘던지… 찬란한 봄날이었다. 그녀 곁을 하나 둘 이사를 떠나는 이사 행렬, 동네 어귀에 쌓여가는 쓰레기더미…

이웃의 온기가 떠나버린, 마포구 재개발 건축지역 구옥에 사는 나라, 이웃집 아주머니들이 주고 간 말라가는 화분들… 손으로 살짝 쓸어본다. 옆집 친구가 두고 간 신발장…

그 위에 놓였던 색 바랜 편지 하나가 떠올랐다. “나라야! 사랑해, 영원히…” 손에 쥐어 주고, 달려가며 외치던, 쟁쟁한 그 목소리… ‘보고 싶다. 미치도록!’ 옆집 할머니가 떠오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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