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섬 로맨스

by 김작가a

“나라는 언제 시집가? 예쁜 신랑감 만나야지? 다정한 남자를 만나야 어울릴 텐데…” 말라가는 흙을 손으로 쓰다듬자, 갑자기 불어온 바람에 실려 허공으로 날아간다.

작년 가을, 나라는 내가 이사 온 것을 모른다. 창가 커튼 사이로 들어오는 그녀 모습을 바라보며, 일상을 보낸다. 글 쓰시는 일이 고단할 무렵… 라디오 볼륨을 올리면서…

볕이 좋은 날, 2층 베란다에서 이불 말리는 나라 모습은 여느 아낙과 다르지 않았지만, 내가 선물했던 옛날 이어폰 끼고서, 무슨 음악을 듣는 것인지…

엉덩이를 실룩거리면서, 춤을 추기도 하고, 한바퀴 빙그르 돌기도 한다. 즐거울 일이 뭐가 있다고… ‘나라야! 어서 도망가. 그럴 바엔 혼자 사는 게 나아…’

동네 카페 키오스크 앞에서, 가볍게 인사를 나눴을 때, “아바를 좋아해요.”라고 말했다. 그녀가 알아보지 못하도록, 싸구려 인조 얼굴 가면을 쓰고 다녔다.

나라는 작년 가을에 결혼했다. 신랑 들러리들이 밤늦게 찾아와 함 판다며, “함 사세요.” 정말 시끄러웠다. 성가신 마음에 창을 “꽝!” 닫았다. 결혼이 무슨 유세도 아니고…

나라는 술에 취해 막무가내로 구는 그들을 다소 걱정스러운 듯, 대문밖을 바라보며 조금씩 표정이 굳어갔다. 멍하니… 그녀는 창문을 닫고는, 창틀을 만지다…

손을 떼고는, 창문 너머 빛 바랜 가로등 불빛에 잠긴, 그의 쓸쓸한 마지막 뒷모습을 떠올렸다. “나라야! 달아나자.” 나라의 손길이 부르르 떨렸다. ‘아…’ 나라는 고개를 떨구었다.


“나라야! 달아나자.” 나라는 작은 한숨을 쉬었다. 너무나 그리운 사람…

“안 사시면 돌아가요.” 짓궂은 들러리들은 2시간 동안이나 밖에서 떠들었다. 나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런 결혼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부모님 선택을 의심하는 순간이었다.

신혼여행 떠났던 나라가 돌아온 뒤로는, 글 쓰는 일이 점점 힘들어졌다. 성급한 출판사 대표 때문에 도저히 날짜를 어길 수 없다. 몇 날이나 샜는지도 모르겠다.

커피만 마시면서, 매일 치열하게 자신과 싸워보지만… 소용이 없다. 나라가 돌아온 후로는 일이 더욱 더 손에 안 잡힌다. 행복한 표정을 봤더라면 이러지 않았을 텐데…

간혹 다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내는 뭐가 그리 마음에 안 드는지… 물건 던지는 소리가 들렸다. 그 사내는 나라의 옛날 물건 못 버리는 습관이 불편했다.

2층 베란다에 나와, 우는 나라 모습이 보였다. ‘아… 그러자고 결혼한 거니? 내가 달아나자고 말했을 때… 따라 나섰다면 이런 꼴, 안 당해도 됐을 텐데…

겨우내 3개월 동안 술에 취한 그 사내, 새벽에 귀가하는 일이 잦았다. 뭔가 깨지는 소리도 가끔 들렸다. 나라 신변이 걱정스러웠다. ‘신고라도 해야 되나?’ 신경이 곤두섰다.

두 주먹 불끈 쥐고, 창문 커튼 뒤에서 노려보는, 내 모습이 유리창에 비친다. 미간을 잔뜩 찌푸리는... 섬뜩한 눈빛과 함께… 그런 내가 두렵기까지 했다.

다음날, 나는 결심했다. 인조가면을 벗고, 동네 카페로 들어갔다. 그녀가 좋아하는 하트모양의 라떼 한잔을 주문했다. 그녀가 있는 집으로 찾아갔다. 그녀는 음악을 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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