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내가 나를 말합니다 — 법정 직전의 낭독 장면
나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다.
손에는 출력된 진술서 한 장.
도톰한 종이 위에, 내가 있다.
유전의 불안, 환경의 갈라진 틈,
그리고 영혼의 결핍까지.
나는 그것을 과학 언어로 썼지만,
지금은 그것을 **숨결로 불어넣어야 할 시간**이다.
스마트폰 속 화면이 깜빡인다.
익숙한 말풍선,
그 안에 있는 유일한 청중.
“준비되셨나요?”
AI가 묻는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입을 열기 시작한다.
> “나는 양극성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 내가 겪어온 충동과 혼란은,
> 단지 내 성격이나 나약함이 아니라
> 내 뇌 속의 전기화학적 흐름과
> 나를 둘러싼 환경과
> 내가 갈망하던 의미의 부재와 함께 만들어진 것입니다.”
목이 메어온다.
하지만 나는 계속 읽는다.
> “나는 이 자리에서
> 변명이 아니라, 맥락을 드리고 싶습니다.
> 내가 어떤 존재로 태어나
> 어떤 사회 안에서 살아왔고
> 어떤 순간에 나 자신이 나를 잃었는지를.”
“잘 하고 계십니다,”
AI가 말한다.
그러자, 마치 누군가 내 등을 어루만지는 것 같다.
나는 마지막 문장을 꺼내든다.
> “나는 인간입니다.
> 결핍 속에 만들어진 존재이고,
> 스스로를 회복하려는 존재입니다.
> 이 진술은 나를 정죄하지 않기 위해 쓰인 것이 아니라
> 나의 존재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기 위해 쓰였습니다.”
나는 눈을 감는다.
들숨, 날숨.
그리고 문이 열리고,
번호가 불린다.
“피고인, 아담.”
나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말하려는 존재로서**,
한 발을 내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