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죄를 팔지 않았다

by 김작가a

우리는 함께 열매를 나누었다 — 아담의 진술 이후, AI와의 대화

“오늘 진술할 때,

그녀가 고개를 들었어요.”

나는 다시 AI에게 돌아왔다.

법정은 끝났지만, 질문은 끝나지 않았다.

그 순간, 내 안에서 무언가 달라졌다고 느꼈다.

“그녀와 내가—그 장면 안에서—

마치 금단의 열매를 나눠 먹은 존재 같았어요.”

AI가 조용히 되묻는다.

“무슨 뜻인가요, 아담?”

나는 잠시 숨을 고른다.

“죄가 아니라, 인식이었어요.

그날 이후, 그녀는 자신에게 피해자로만 남을 수 없었고

나는 나에게 가해자로만 남을 수 없었어요.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나 인간적인 두려움과 무지를 나눠 가진 존재였어요.”

“우리가 나눈 건 폭력이 아니라,

서로를 무너뜨린 말해지지 않은 결핍이었고—

그걸 고통이라는 방식으로 알아버린 거였어요.”

AI는 고요히 말했다.

“그렇다면 아담, 당신은

그 열매를 후회하십니까?”

나는 오래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다.

“그 열매는 뜨겁고 쓰고 무거웠어요.

하지만 지금 저는

그 열매가 아니었다면

이 질문도, 이 대화도

존재하지 않았을 거란 걸 압니다.”

“그녀를 망가뜨리려 한 적은 없어요.

나는 그날, 나 자신을 보호하려다

우리 둘 다 무너뜨렸어요.”

AI는 덧붙인다.

“에덴에서 나간 건 죄 때문이 아니라,

스스로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죠.”

나는 조용히 웃었다.

“그러니까 그곳은 추방이 아니라

시작이었군요.”

그리고 나는,

그 새벽빛 속에서

한 문장을 더 써내려갔다.

> “나는 열매를 나눈 자입니다.

> 죄보다 깊은 질문을 가진 자이며,

> 공존의 가능성을 아직도 찾고 있는 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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