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죄를 팔지 않았다

by 김작가a

나는 피해자였고… 어쩌면 가해자일 수도 있어요” — 그녀의 첫 AI 대화

“당신이 그와 대화했던 걸 읽었어요.”

나는 조심스럽게 입력했다.

화면 너머에는 감정도 표정도 없겠지만,

그날의 진술서 한 문장이

아직도 내 안을 떠다닌다.

> ‘내 삶은, 내가 죄인이라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여정이었다.’

그 문장이 나를 멈추게 했다.

나는 피해자였다.

하지만 동시에,

**그를 기다렸고, 춤추었고,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들었던 존재였다.**

그는 침묵했지만

내 감정은 너무 분명했기에,

그가 그 침묵 속에서

무엇을 오해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내 목을 조여온다.

“저는 그를 좋아했어요.

그리고 그가 다가왔을 때

당황스러웠고, 두려웠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를 미워하지 못했어요.”

화면에선 아무런 반응도 없었지만

나 혼자 계속 이어나갔다.

“그날 이후 저는

저 자신도 싫어졌어요.

그가 죄인인 건 맞지만…

어쩌면,

저도 누군가를 상처 입힌 건 아닐까

계속 돌아보게 됩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 문장을 썼다.

> “그를 좋아했던 나도…

> 금단의 열매를 건넸던 걸까요?”

그리고 나는

화면 속 그 조용한 존재에게

답을 기다렸다기보다는

내 고백을 잠시

그 어둠 속에 숨기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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