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죄를 팔지 않았다

by 김작가a

나는 보호받았지만, 그 눈빛 속에서 무너졌다 — 공동체 속 자괴의 장면

나는 마트 앞에서 우유를 고르고 있었다.

그때, 그와 함께 동아리 활동을 했던 또래 아이 셋이

내 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쟤 아직도 여기 살아?”

“진짜 뻔뻔하다.”

“피해자 코스프레 오지네.”

그 말은 들리지 않았지만,

그 눈빛은 들렸다.

그 눈빛은 말보다 더 선명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손에 들고 있던 우유가 미지근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들의 시선 속에서

내가 만든 균열을 다시 떠올렸다.

그런데,

그날 오후 도서관 앞 벤치에서

그의 담임이었던 선생님과 마주쳤다.

그녀는 나를 보자

잠시 멈추더니,

조용히 말했다.

“많이 힘들었지.

그땐… 네가 너무 어렸으니까.”

그 말은 위로였지만,

나는 그 말 속에서

더 깊은 자괴감에 빠졌다.

나는 어렸지만,

그를 좋아했고,

그를 기다렸고,

그를 무너뜨렸다.

나는 보호받았지만,

그 보호는

그의 삶을 무너뜨리는 데 쓰였다.

나는 죄인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그의 죄를 가능하게 만든 구조의 일부였다.**

그리고 지금,

나는 그 구조 안에서

사람들의 시선에 무너지고 있다.

또래의 조롱은 나를 분노하게 만들었고,

어른의 동정은 나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 사이에서

내가 누구인지

다시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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