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산사의 오후, 늦봄 햇살이 다다미 바닥을 부드럽게 비춘다. 조용한 기와 지붕 아래, 세계 곳곳에서 초대받은 사람들이 모여 앉아 있었다. 신부는 묵주의 구슬을 굴리며, 스님은 잔잔한 차를 따르고 있었다. 판사는 두 손을 무릎 위에 올려 얌전히 정좌했고, 심리학자는 옆 사람의 표정을 스케치하듯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찻잔 하나에 파리가 퐁당 빠졌다. 모두의 시선이 그 작은 침입자를 향한다. 그리고 침묵. 차의 온기가 파리를 감싸자, 작은 날갯짓이 버둥거린다. 스님이 슬며시 찻잔을 들려다보며 말한다. “중생도 물속을 지나갑니다.”
신부가 웃으며 응답한다. “그도 주님의 창조 안에서 길을 찾고 있겠지요.” 철학자가 흥미로운 듯 잔을 바라본다. “파리는 파리입니다. 의미는 해석자가 씌웁니다.” 심리학자는 파리의 움직임을 보며 중얼거린다. “공포 반응이에요. 생존 본능의 교본이죠.” 목사는 상냥하게 미소 짓는다. “혹시 신이 오늘 우리에게 주시는 비유 아닐까요?” 의사는 찻잔을 살펴보다 조용히 말한다. “심장은 아마 200회 정도 뛰고 있겠군요. 정말 살아 있어요.”
유전공학자는 곁눈질로 파리를 보며 덧붙인다. “DNA로는 설명이 안 되네요. 농담일 수도 있어요. 설계자의 유머.”
판사가 조용히 입을 뗀다. “의도된 방해일 수도 있습니다. 이 자리의 흐름을 판단할 계기가 되겠군요.” 그때 랍비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나직이 말한다. “그대들 중 누구도, 파리를 웃게 만들 수는 없겠지요. 신도 때로 파리를 통해 말씀하십니다.” 모두가 조용히 웃는다. 가벼운 미소이지만, 무언가 깊은 침묵의 울림이 퍼진다.
그리고 철학자가 마지막으로 묻는다. “그렇다면, 신은 어떤 농담을 좋아하실까요?” 그 질문이 오늘 차담회의 첫 화두가 되었다. 이들은 차를 마시며, 웃음을 통해 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심오한 듯, 가벼운 수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