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오한 듯 가벼운 종교 수다

by 김작가a

제4화

“다르다는 건 틀린 건가요?”

장소는 여전히 같은 산사. 빗소리가 사라지고, 나무 사이로 햇살이 드문드문 비친다. 신부는 작은 성경을 펼치며 조용히 말한다. 신부: 때론 우리가 다르다고 느낄 때, 그것이 틀렸다는 확신이 함께 따라옵니다. 하지만 하느님은 하나의 진리를 여러 방식으로 말하십니다.

목사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목사: 저는 찬양을 합니다. 누군가는 명상을 하고, 누군가는 고요한 시간을 갖죠. 방법은 다르지만, 우리가 찾는 건 동일한 빛 아닐까요?

스님은 찻잔을 한 모금 마시며 덧붙인다. 스님: 붓다는 진리를 말한 적 없습니다. 다만 고통의 원인을 보라고 하셨죠. 어떤 이는 그걸 깨달음이라 부르고, 어떤 이는 은혜라 부르겠죠.

철학자는 손을 모으며 질문한다. 철학자: 하지만 진리는 하나일까요? 아니면 우리가 그것을 해석하는 방식만큼 존재하는 걸까요? 다름은 어쩌면, 해석의 다층성 아닐까요.

심리학자는 차분히 응답한다. 심리학자: 심리학에서도 같은 현상을 서로 다르게 설명해요. 프로이트는 무의식으로, 융은 집단 기억으로. 관점이 다를 뿐, 틀렸다고 말하긴 어렵죠.

그때 랍비가 말한다. 랍비: 탈무드에는 “모든 해석은 한 말씀 안에 있다”는 구절이 있습니다. 말씀은 하나지만, 해석은 천 가지입니다. 그 모두가 틀렸다면, 하나님은 누구의 귀를 통해 말씀하실까요?

판사가 생각에 잠긴다. 판사: 법정에서는 다름이 문제가 되기도 해요. 동일한 법도 해석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죠. 하지만 중요한 건 해석의 성실함입니다. 다름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그날, 이들은 처음으로 서로의 말을 끊지 않았다. 의견이 달라도 틀리다고 말하지 않았다. 찻잔 위로 햇빛이 번지듯, 다름은 그저 또 다른 방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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