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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춤추는 헤르만 헤세 Jun 13. 2021

군무의 맨 끝 줄


발레 공연에서 무대를 이끌어가는 주역 무용수가 있다면 그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역할을 하는 무용수들이 있다. 바로 '코르 드 발레(corps de ballet)'이다.

발레단에서 솔로를 추지 않는 무용수를 가리키는 명칭, 즉 군무를 뜻한다.


많은 무용수들이 함께 춤추는 군무 중 맨 끝 줄의 무용수에 대해서 이야기해보려 한다.


군무의 맨 끝 줄이라 하면 앞에 서있는 무용수들에게 모습이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역할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그렇기도 하다. 유심히 보지 않으면 누군지 잘 알아보기 힘든 위치가 군무의 맨 끝 줄이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동작을 대충 마무리하는 무용수는 없다. 보이지 않는다고 불필요한 역할이라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


흐르는 음악에 앞의 무용수와 똑같은 다리 높이, 팔의 각도, 시선의 방향, 서있는 위치를 유지하고 더 나아가 숨 쉬는 속도까지 맞추어야 하는 군무는 발레의 '꽃'이라고 할 수 있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솔리스트와 수석무용수를 더욱 돋보이게 하는 군무를 보면 관객들은 큰 감동과 짜릿함을 느낀다. 군무의 맨 끝 줄의 무용수도 그 '꽃'의 한 부분으로서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다.


그가 없다면 군무는 완성되지 않는다. 그리고 군무가 없다면 공연은 완성되지 않는다. 주역을 맡는 수석 무용수와 맨 끝 줄의 무용수 모두 공연을 빛내기 위해 춤을 추는 소중한 무용수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주연과 조연, 엑스트라 모두가 하나의 작품을 위한 중요한 일원인 것과 마찬가지이다.


또, 모든 관객이 공연 내내 솔로를 추는 무용수만 보고 있는 것이 아니다. 관객들의 눈은 한 곳만 바라보지 않는다. 무대 전체를 보며 군무를 추는 코르 드 발레 중에서 어떤 무용수가 눈에 띄는지 유심히 보는 관객들도 있다. 맨 끝 줄에서 가만히 서있는 무용수라도 분명히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똑같다.

지금 자신이 맨 끝 줄에 서있다고 해서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세상 사람들이 알아봐 주지 않는 다고 해서 풀 죽을 필요도 없다.


그러니 기억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는, 각자의 자리에서 '지구'라는 무대를 가득 채워 빛내는 일원이라는 것을. 한 사람, 한 사람 전부 소중하고, 아름다운 존재란 것을.


그리고 우리가 군무의 맨 끝자락 이어도 누군가에겐 세상에서 제일 멋진 주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줬으면 한다.


오늘도 어딘가에서 최선을 다해 하루를 보내는 세상의 군무에게 격려와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사진: 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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