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세상의 모든 것들에는 이름이 있다. ‘학교’ 하면 떠오르는 학교의 이미지가 있고, ‘사랑’ 하면 떠오르는 사랑의 이미지가 있다. 붙여진 이름은 사람들에게 불리고, 불려서 그 이름에게 의미를 주어 하나의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사람의 이름도 마찬가지다. 한 사람의 이름에는 이름의 뜻처럼 살아가기를 바라는 염원이 담겨있다.
나의 이름은 ‘임선우’이다. 맡길 임(任) 아름다운 옥 선 (璇) 넉넉할 우(優). 아름다움이 넘쳐흐르게 살아가라고 어머니께서 지어주신 이름이다. 지금까지 사람들이 내게 이름을 물어볼 때 선우의 ‘선’ 자를 ‘착할 선(善)’이나 ‘신선 선(仙)’으로 예상하는데 ‘아름다운 옥 선‘ 자라고 하면 놀란다.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여서 그런 것 같다. 나의 이름이 정말 마음에 든다. 나는 유니버설발레단을 다니는 무용수이다. 6살, 어머니의 권유로 시작한 발레가 재미있어서 발레리노의 꿈을 가지게 되었고,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내가 좋아하는 춤을 추며 무대에 서는 무용수가 될 수 있었다. 발레는 기본적으로 아름다움이 갖춰져야 하는 예술이다. 열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몸짓으로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예술이 발레이다. 그래서 발레를 하는 나에게 ‘임선우’는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춤을 추고 있는 유니버설발레단은 ‘예천미지’(藝天美地)의 비전을 가지고 있다. ‘천상의 예술로 세상을 아름답게’라는 뜻이다. 나의 이름도 같은 뜻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또, 어머니께서 내가 춤을 출 것이라 예상하고 붙여주신 이름은 아니지만 나의 이름이 내가 춤을 추는 순간에 어떠한 힘을 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다. 선우야, 선우야 하고 사람들에게 불리어질 때마다 더더욱 아름다워지는 나의 춤에 가까워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만큼 나의 이름에 자부심을 가진다.
나는 매일 밤 자기 전에 일기를 쓴다. 힘든 일이 있을 때나 중요한 공연들을 앞두고 있을 때 일기의 마무리를 항상 이렇게 한다. ‘임선우, 너는 할 수 있어.’, ‘임선우, 가장 행복하게 춤춰보자.’ ‘나를 믿고 춤추자. 임선우’ 이런 식으로 나의 이름을 적으며 주문을 건다. 이렇게 하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머릿속으로 정리가 되는 기분이 든다. 사람들에게 이름을 불리어질 때 나의 춤이 더 아름다워지는 느낌이 드는 것처럼 스스로 이름을 적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그런 느낌이 나를 힘나게 한다.
21세기 지구는 정보화 시대이다. SNS의 발달, 빠르게 바뀌어 가는 세계, 기계화 등 기술이 발전하면 할수록 생활은 편리해지지만 사람들의 마음은 점점 딱딱해지고, 가식적으로 되어간다. 마음의 깊이와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기보다는 남들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겉모습에만 치중하는 모습들이 보인다. 마치 로봇 같다. 이럴 때일수록 예술의 힘이 절실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앞으로 많은 일들은 기계가 대신할 수 있지만 유일하게 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이다. 그 일을 예술이 해내야 한다. 나는 그 예술을 하고 싶다. 아름다운 몸짓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울리고 싶다. 우리 유니버설발레단의 비전 ‘예천미지’처럼. 나의 이름 ‘임선우’처럼.
그리고 훗날 사람들에게 ‘임선우’하면 가장 아름다운 춤을 추는 예술가라는 이미지가 떠오르게 되었으면 좋겠다. 나의 이름에 부끄럽지 않게 오늘도 행복하게 춤을 추겠다.
* 이 글은 세종사이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1학년 1학기 '문예창작의 첫걸음' 강의 과제(자신의 이름에 대한 생각)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