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rouette(피루엣)은 ‘빙빙 돌다’라는 뜻을 가진 프랑스어로 한쪽 다리를 중심축으로 팽이처럼 회전하는 동작을 말한다. 발레의 대표적인 테크닉이라고 할 수 있어 회전하는 바퀴 수가 많을수록 관객들의 환호성은 더욱 커진다.
초등학생 시절 나갔던 발레 콩쿠르에서 내겐 그날 작품을 잘했느냐, 못했느냐의 기준은 pirouette의 성공과 실패의 유무였다. 다른 동작은 그냥 무난하게만 넘기면 되었다. 오직 pirouette. 깔끔하게 회전을 성공만 하면 그 콩쿠르는 잘한 콩쿠르, 그렇지 못하면 망한(?) 콩쿠르였다.
하지만 춤을 춰나가고, 무대 경험이 늘어나면서 pirouette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프로 무대에서 전막 발레를 이끌어 가는 무용수에겐 관객들에게 보여주어야 할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음악과 맞아떨어지는 깔끔한 동작, 시선 처리, 파트너와의 호흡, 감정 표현과 표정 연기, 공연의 전체적인 흐름, 온갖 돌발 상황에 대처하는 무대 센스.... 등.
2시간 반에서 3시간 가까이 되는 공연 안에는 많은 발레 동작들이 연결되어 이어진다. 그중 pirouette, 회전하는 동작만 해도 여러 가지이다. 그렇기 때문에 무용수는 오랜 시간 동안 반복 연습을 하며 자연스럽게 춤출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무용수는 완벽을 추구하기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예술가이지 모든 동작을 기계처럼 찍어내는 로봇이 아니기 때문에 당일 컨디션이나 무대 상황에 따라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
무용수는 실수가 나오면 그대로 공연을 포기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만약 pirouette 동작을 하다가 실수가 나와 비틀거리게 된다면 무용수는 빠르게 동작을 정리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다음 동작을 이어간다. 그리고 그 실수는 잊어버리고 남은 공연을 잘 마무리하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pirouette은 중요한 테크닉이긴 하지만 수많은 아름다운 동작들이 조화를 이루는 발레 전막에선 하나의 구성일 뿐이다. 실수가 나온다면 다음 춤에서 그 실수를 만회하면 된다. 실수를 털고 일어나 더 멋지게 공연을 마무리하는 무용수에게 관객들은 감동의 박수를 보낸다.
나는 이런 발레 공연이 우리의 인생과 닮았다고 생각한다.
세상이라는 무대에서 각자의 목표를 위해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공연.
그렇다면 우리의 인생에서 pirouette은 무엇일까.
누군가에겐 돈이 될 수도 있다.
누군가에겐 사랑이, 누군가에겐 건강이, 누군가에겐 우정이,
누군가에겐 명예가, 누군가에겐 아이가, 누군가에겐 공부가.
자신이 추구하는 것을 쫓다가 실수가 나올 수도 있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당황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것만은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
우리의 삶은 단 하나로 이루어져 있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했던 일을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만회할 기회는 수도 없이 많고, 고작 한 가지 실수로 무너질 만큼 우리의 삶은 나약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