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12
전역을 한 달 앞둔 시간, 나는 AI라는 거대한 파도에 몸을 던졌다. '성공'이라는 실체 없는 갈증이 나를 집어삼켰고, 무언가에 미치듯 몰두하지 않으면 제정신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마음은 금방이라도 터져버릴 듯 곪아버린 여드름 같았다. 복무 내내 나를 괴롭혔던 '정체되어 있다'는 불안은 전역이 다가올수록 부풀어 터지기 직전의 풍선처럼 위태로웠다.
꿈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저 매일 새로운 능력을 습득하고, 건강한 습관을 내 몸에 강제로 이식하는 행위 자체에 취해 있었을 뿐이다.
실험은 전방위적이었다. 쇼츠 채널을 개설해보고, AI 이미지 생성 툴로 무언가를 만들어 팔아보기도 했다. 기존 디자인 툴에 AI를 접목해 작업 공정을 단축하는 효율에 감탄하기도 했다. 때로는 아무런 기초 지식 없이 '바이브 코딩'의 세계에 뛰어들어 낯선 언어들과 밤새 씨름했다. 물론, 이 과열된 열정은 금세 휘발되어 두 달만 지나도 동력이 바닥나곤 했다. 하지만 그 짧고 강렬한 몰입의 파편들이 흩어진 자리에서, 나는 비로소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발견할 수 있었다.
기술보다 더 지독했던 건 루틴에 대한 집착이었다. 군대의 규율이었던 6시 기상은 어느새 새벽 4시라는 나만의 종교가 되어 폐부에 깊숙이 박혔다. 처음엔 그저 답답한 현실을 잊기 위해, 혹은 마음에 억지 낭만을 채우기 위해 자기계발 유튜브나 브이로그를 탐닉했다.
결정적인 변화는 '지독한 루틴'이 '기록의 습관'이라는 톱니바퀴와 정교하게 맞물리며 일어났다. 이전까지의 루틴이 동력 없이 헛도는 빈 수레였다면, 기록은 그 수레에 목적지라는 조향 장치를 달아주었다. 일기를 쓰며 어제의 나를 복기하고 내일의 나를 설계하기 시작하자, 내 몸이라는 기계의 중요 부품이 마침내 제자리를 찾은 듯 육중한 엔진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그저 도피처였던 새벽 4시는 이제 매일같이 헬스장의 차가운 철을 들어 올리며 몸을 깨우고, 동시에 미래를 그리는 화판이 되었다. 육체적인 고통 뒤에 이어지는 기록을 통해 구체화된 생각들은 내 안의 메말랐던 나무들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며 가지를 뻗는 환각마저 불러일으켰다.
왜 이 좁은 울타리 안에서야 비로소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된 걸까. 고립이 선물한 가장 뜨거운 역설이었다.
특별한 깨달음이 없는 날이면 과거로 점점 기억을 파내려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