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를 달성하지 않아도 되는 삶
2023년이 어느새 10월에 도달.. 해버렸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참 많은 일이 있었고 그만큼 없애고 싶기도 하지만, 또 그만큼 내 인생의 소중한 한 페이지로 남는 해가 된 것 같기도 하다. 올해 8월, 6년 6개월간 재학했던 석, 박 통합과정을 마무리하고 길고 긴 가방끈을 마무리했다.
지난 대학원 생활동안 마치 수험생처럼 '목표 달성'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다. 2012년 대학교 입시를 준비할 때에도, 또 소소한 인생의 봉우리들을 달성할 때에도 인생을 갈아 넣어 가며 무언가를 이뤘을 때에도 어렴풋이 느꼈지만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것은 '목표는 달성한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뻔하디 뻔한 클리셰 같은 진리였다.
시작은 대학교 입시? 사실은 더 이전 중, 고등학교 수학 과학 올림피아드를 준비하면서부터였던 것 같다. 당장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성공이란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라고 착각해 왔다. 어린 시절부터 전쟁 같은 입시에서 참고 버티며 비교적 좋은 성과를 내면서 그러한 생각은 더욱더 확고해졌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게 중요하니까... 다른 거 하지 말고 이거에만 집중하자' 하며 인생의 사소한 행복들을 외면해 왔던 것 같다.
그러나 목표를 달성해도 오히려 그게 또 다른 불행의 시작이 되기도 하고, 또 반대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이 새로운 기회로의 도약이 되기도 하더라.. 또한, 당장 내가 계획한 인생의 플랜에서 벗어난, 당장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던, 일들이 돌고 돌아 나의 중요한 순간에 기여하기도 했다.
대학원 입학 초기에 교수님이 개인 외주 프로젝트를 나에게 부탁했다. 석사 1년 차의 나는 논문을 쓸 수도 없고, 누군가 알아주지도 않는 일을 하기가 너무 싫었지만 어쩌겠는가... 씨부렁씨부렁 대며 몇 개월간 끙끙 앓고 해냈다. 그때 익힌 프로그램 툴이 돌고 돌아 나의 졸업논문에 결국 크게 기여를 했다.
생각을 뒤로 돌려보니 대학교 입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내가 1 지망으로 생각했던 전공학과에 가지 못했다. 관심이 크게 없던 2 지망 학과에 갔는데, 결국 10년간 산업이 크게 커지며 선택의 폭이 훨씬 늘어나게 됐다.
억지로 목표를 위해 건강, 가족들과의 시간들을 포기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남은 건 허탈감뿐이었다. 그것이 옳은 선택이면 다행이겠지만, 때로는 나의 좁은 시야에 매몰되어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가기도 했다. 목표라는 건 이룬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실패한다고 무조건 불행한 것도 아니다.
물론 좋은 목표를 설정하는 것은 중요하다. 좋은 목표를 세우고 그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은 모두에게 중요하다. 성공이라는 것은 좋은 목표를 설정하고, 그것까지 걸어가는 '상태'에 있는 것이라고 느껴진다. '결과'가 아닌 '상태'에 성공과 행복이 모두 있고, 그 '상태'를 마음껏 만끽하고 즐길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준비되어야 한다.
삶이라는 것은 여행과도 같다. 내 삶을 한 발짝 떨어져서 감상하는 태도로 임해보자. 내가 만난 씬이 비극일 수도 희극일 수도 있지만, 연연하지 않고 감상자의 태도로 삶에 임해보자.
졸업할 때 교수님이 해주신 말이 기억난다.
"분별없이 살아라."
이게 무슨 말인지 그 순간에는 이해를 못 했지만 어렴풋이 느낄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