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잘린 고양이의 용서(2)

여행의 이유

by 이채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 건, 얼마 전까지 충분히 흥미로운 주제였다. 얼마나? 사자에게서 이빨을 찾듯, 저들의 어금니를 발견하고자 원하곤 하였으니. 허나, 발톱을 뽑아두고 잔인하게 즐기는 이와 마주할 때마다 올라오는 이상한 느낌이 있기는 하다. 그게 현정에게 여행을 종용하는 파문을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비가 오던 날, 우산에 가려 잘 보이지 않던 아이가 뜨문 뜨문 떠오른다. 녀석은 쪼그려 앉아 뭔가를 살피고 있고, 검은 신 아래 창이 웅덩이 가장자리에 위태롭게 닿아 물이 묻은 채 반들거리고 있다. 그래. 무심히 지나치고자 하였고, 그랬어야 했다.


어떤 게 불안했을까. 빗물에 젖은 신발이 반사하던 실선이 도무지 삼켜 넘어가지 않아서였는지. 그게 소화되지 않아 여태 도피해 온 건지. 기내식에서 건져 올린 밥 한술을 씹으며 입맛이 달아나버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차라리 꾸덕꾸덕 졸기를 바라기도 하건만, 자꾸 뇌리에 스치는 이미지가 불쾌해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아, 반찬을 먹지 않았구나.


지나친 길을 거슬러 가지 말았어야 했다. 애가 외로워 보였던 건 그녀가 그만치 고독한 까닭일 텐데도, 앎은 행동을 거스를 수 없었다. 키 작은 아이가 있던 자리는 텅 비어 있는데, 그녀가 발견한 건.


기내 방송에 졸음이 깬다. 안내대로 안전벨트를 매려다 먹다 만 음식물을 바라본다. 갑자기 허기가 진다. 도착하면 뭘 사 먹기는 해야겠다. 배가 고플수록 눈앞의 먹을거리가 부패해 보인다. 유기물은 습하면 빠르게 썩는 법이다. 급히 헛구역질한다. 벨트가 덜컹인다. 공항에 도착하면 뭐라도 사 먹어야겠다.


어떻게 어떻게 시간을 지나친다. 여행 내내 사람을 피해 다닌다. 초원은 넓으나 버스는 좁고, 창으로 보이는 야생동물의 몸통 이상으로 옆 좌석의 숨소리가 불편하다. 돌아오는 비행기를 탈 즈음 같은 꿈을 반복해서 꾸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고양이 울음소리가 그녀를 따라다니고, 피가 흙탕물에 섞인 광경이 거듭 떠오른다. 현지 풍경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다른 기억이 별로 없다.


출근길을 다시 걷는다. 이후로 밤을 몇 지나쳤다. 좀 멀리 돌아서 간다. 되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벗어날 수도 없다. 교재를 피고 수업을 준비한다. 이른 시간이지만, 아이들이 방학이다.


“여행 잘 다녀오셨어요?”


일찍 온 아이가 있다. 철우는 지각을 잘 하지 않는다. 붙임성이 좋다. 선생들과도 가깝다. 그러고 보니, 녀석이 쉬는 시간에 친구들과 뭘 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대로 밤을 몇 더 지나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