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야 말을 겨우 하는 아이가, 밤사이 복도와 방문을 넘어왔나 보다. 눈을 뜨고 몸을 일으키기도 전에 동생을 발견한 철우는, 녀석을 가만히 응시하던 끝에 몸을 빼낸다. 방문을 뒤로하고, 복도를 걸으며 눈을 비빈다.
“일어났니?”
무던한 질문과 대답이 오간다.
“네”
부엌에서 식사하던 서연이 아들에게 말을 몇 덧댄다. ‘배고프지?’ ‘아뇨, 방금 일어나서요.’ ‘학원가기 전에는 먹어야지?’ ‘주말이라서요.’ 그가 어머니를 지나친 후, 거실 책장을 마주해 다가서서 책 한 권을 뽑는다. 서연이 처음 보는 표지다. 그런 그를 슬쩍 살펴본다. 하지만 책 껍데기로부터 제목을 확인하기도 전에, 아들이 이를 펼치며 소파에 앉아버린다. 철우 또한 귓가에서 비빔밥 씹는 소리와 물 마시는 기척이 급히 사라지는 양 어떤 응시를 느끼기도 하였으나, 무시한다.
곧 조막만 한 손이 그의 시야에 들어온다. 책을 덮고 아이를 바라본다. 장남에게 서연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종이 찢어지는 소리가 퍼진다. 여전히 첫째는 덮은 도서를 잡고 있고, 모양새를 보아하니 어느새 방을 나온 막내가 그걸 빼앗으려 했나 보다. 철우는 물건을 꽉 쥐고 있으나 동생은 계속해서 잡아당겼던 사이에서, 껍질이 갈라졌다.
찰나에 철우와 어머니의 눈이 마주치고, 그는 나머지 표지도 벗겨내 휴지통에 버린다. 동생이 계속해서 그를 따라다니지만, 마치 못 본 척 책도 다시 책장에 꽂는다. 그중에서도 아이에게 닿지 않는 칸이다. 팔을 뻗던 막내가, 이내 울먹인다. 녀석을 우회해, 소파에 다시 앉은 철우가 동생을 관찰한다.
식사를 끝냈는지, 어미의 숨소리가 조금 거칠어지는 게 귓등으로 들린다. 마찬가지로 마주한 아이의 눈이 책장과 첫째를 번갈아 향하고 있다. 거기서 울분과 원망, 그리고 노여움이 보인다. 장남이 더욱 불을 지피기 위해, 서연을 등진 채 막내를 향해 슬쩍 웃는다. 뭔진 알 수 없어도 화가 나기는 한 듯, 녀석의 숨도 가빠진다. 아이가 격렬하게 움직일 기색이 보일 즈음, 그가 벌떡 일어나 복도를 돌아서 현관으로 나간다. ‘운동 다녀올게요.’ 막내가 그를 따라나서다가, 닫힌 현관문을 발견하고 악다구니를 쓰면서 운다.
어미가 아이를 안아 올려 달래며 눈물을 닦아준다. 몇 분을 더 다독여 가장 좋아하는 시리얼을 부어준 후, 책장에서 예의 책을 뽑아 훑어본다. 제목은 ‘아동심리학’이다. 책갈피를 따라 펼쳐보니, 소제목이 보인다. ‘아기가 결국 상실해야 하는 것들.’ 서연은 책을 다시 제자리에 돌려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