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잘린 고양이의 용서(10)

수업 태도

by 이채

수업이 끝나가자, 현정이 철우를 지목한다. ‘너는 따라 오고, 나머지는 남은 방학 잘 보내고. 내일 등교 잘해.’ 열린 문 너머 복도를 꺾어야 교무실이다. 감시는 은밀히 이루어지며, 가까이서 수행된다. 앞서 걷던 선생이 슬쩍 뒤돌아 말을 건네곤 발을 재촉한다. ‘너, 가방도 가져와야지.’ 소년은 갑작스레 눈이 침침한지, 한 번 비비고 교실을 다시 방문한다. ‘오늘은 같이 안 가?’ 분명히 수업 끝에 강사가 철우에게 하는 말을 들었을 텐데도, 되묻는 현수다. ‘모르겠어, 일단 선생님이 가방도 들고 오라니까 길어질 거 같네. 이따가 가능하면 연락할게.’ 그가 되돌아가 문턱을 넘어서기도 전에, 그녀가 문을 나선다. ‘태워줄게.’ ‘네?’ ‘너희 부모님 뵈러 갈 거야.’ ‘집으로요?’ ‘그래.’ 멀리, 현수가 언뜻 보인다. 철우가 오늘은 안 되겠다는 의미로 손사래를 치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이곤 뒤돌아 떠난다.

안 그래도 남편이 일찍 퇴근해서 당황스러운 마당에, 아들의 학원 선생님이 집으로 오신단다. ‘무슨 일이야?’ ‘미리 말해야 했었는데, 못 했네.’ 멋쩍어하는 성호에게 일단 고개를 끄덕인 그녀는, 우선 막내의 저녁을 챙긴다. ‘오늘은 방에서 먹자.’ 잠시 후, 그녀가 복도로 슬쩍 나와 거실을 향해 속삭인다. ‘애 재울 테니까, 그때 얘기해.’ 그가 뭐라 답하기도 전에, 소파에서 가장 먼 방의 문이 닫힌다.

베란다 창을 보니 오늘은 화창하다. 그날이 며칠 전이었는지 모르나, 한창 맑다가 갑자기 비가 내린 걸 기억한다. 아비는 첫째 아들과 등산을 가려 했고, 동네 경계에 있는 공원에 다다를 즈음 소나기가 쏟아졌다. 때마침 공중화장실을 다녀오던 철우가 학원 선생과 마주쳤으며, 자연스럽게 어른 둘은 녀석의 학원 생활 이야기를 했다. 중간에 자식 놈을 집으로 보낸 뒤 대화가 좀 더 오가다, 나머지는 나중에 아내와 함께 다시 하기로 했다.

둘은, 학원 주차장에 몇 없는 차 중에서도 실용적인 SUV에 다가선다. ‘저희 집 가까운데.’ 의미 없는 독백에도 답신은 친절하다. ‘우리 집이 멀어서 그래.’ ‘그때 아버지랑 말씀하신 거 때문일까요?’ 그가 아는 건, 학원 생활을 잘하고 있느냐던 무의미한 대사들 정도다.

성호는 아내에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장황하게 설명한다. ‘선생님과 말하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최근에 애들한테 신경도 잘 못 쓴 거 같더라고.’ 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는데, 벨이 울린다. 두 사람이 왔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철우 엄마예요.’ 학생을 가운데 두고, 첫인사를 나누는 둘은, 불안하게 웃는 상이다. ‘네, 안녕하세요. 마르스 학원 담당 강사 김현정입니다.’ 어머니는 선생을 안으로 들이고, 아까 챙겨둔 지폐 몇 장을 밖에 서 있던 자식에게 건넨다. ‘나가서 놀다 올래?’ 짧은 겨를의 응시 끝에서도 그의 답변은 정해져 있다. ‘네.’ 돈을 얼른 받는다.

얼마나 걸었을까? 저들의 주제가 자신일 거라는 생각이 너무 자명해, 뇌리에서 떠나지를 않는다. 철우는 며칠 전 선생을 만났던 공원에 다다른다. 당시처럼 참새를 발견한다. 다만, 오는 동안 고양이나 강아지가 있었는지 기억이 없다. 그때와 다르다. 벤치에 앉아 허공을 멍하니 바라보다, 문득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건다. ‘어, 대충 끝난 거 같아서. 거기 가려고. 그래, 금방 갈게.’ 몸을 일으킨다. 그러고 보니, 눈앞에 참새가 너무 나약하지 않은가. 그가 두리번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