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자락 식감을 타고, 밥알과 함께 뭉그러진 두부가 목 뒤편으로 넘어간다. 국이 뜨겁지 않고 된장도 조금 묽은 편이라, 밥과 비벼 먹기로 했다.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그의 그릇이 신기한지, 어린 동생이 눈을 떼지 못한다. 물에 씻은 김치를 아삭대는 녀석의 치아를 은근히 살피다 몸을 일으켜 빈 그릇을 싱크대 안에 두고 물을 채운다. 여전히 두 부모님은 거실에서 주방의 밥상을 힐끗대며 서로 속삭이는 중이다.
그가 의자에서 벗어나자 아직 다 먹지 못한 막내도 따라나서려는지 의자에서 뛰어내리려고 바닥을 이리저리 살핀다. 어머니가 그런 동생을 말리고자 거실을 한 발자국 벗어난다. 덕분에 그녀와 철우의 동선이 얽히고, 그의 외투가 마찰에 밀려 펄럭인다. 곧이어, 툭 하는 소리와 함께 뭔가 바닥으로 떨어진다. 이를 확인한 막내와 어미가 잠시 얼어붙은 사이, 이를 모르는지 철우는 복도에 딸린 화장실로 여전히 걸음을 옮긴다. 아버지가 다가와 허리를 굽혀 ‘그것’을 들어 올린다. ‘뭐야?’ 어머니의 질문에 그가 답변하기도 전, 빈 주머니를 확인한 철우의 변명이 멀리서 울린다. ‘묻어주려고요.’ 동생도 몸통에서 분리된 참새의 목을 아비의 손에서 확인했는지, 시선을 고정한 모습으로 침묵을 지킨다.
어미는 서둘러 막내를 안아 몸으로 시신을 쥔 남편의 손아귀를 가린 채, 맨 끝 방으로 간다. 아버지는 철우에게 다가가던 와중에 볼일을 마치고 나오는 그에게 오라는 손짓을 하고는 거실로 돌아간다. 첫째 아들은. 충격에 휩싸인 양 보이는 아비를 복도에 서서 잠깐 지켜보다 방향을 돌려 곧장 현관을 통해 집을 나선다. 녀석이 신을 신고 밖으로 나가는 걸 곁눈질 하나, 아무 말 없이 소파에 그대로 앉아있는 성호다. 언제 나왔는지 모를 아내가 그를 타이른다. ‘빨리, 버리고 오든 묻고 오든.’ 그가 고개를 끄덕이곤, 몸을 일으킨다.
마당 구석 분리수거장으로 향하는 남편의 상념에 낮에 첫째 아이 학원 선생에게 들었던 말이 떠오른다. ‘애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알 수는 없는데, 성적이 특이합니다. 수학이 오르면 언어가 떨어지고, 언어가 오르면 수학이 떨어져요. 이건, 양쪽 다 노력하면 올릴 수 있는 실력이 있다는 말이기도 하고, 또...’ 대문 너머 왼쪽으로 걸어가는 녀석의 뒷모습을 언뜻 확인한다. 이내 고개를 돌린 그가 들고 있던 물건을 버릴 곳을 살피다가 마당 중앙으로 나온다. 그즈음 아내도 밖에 와있다. ‘애 나갔어?’ 남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는 들고 온 모종 삽 두 개 중 하나를 건넨다. 둘은 땅을 파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