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라는 압박에서 벗어나는 법

어차피 끝이 정해져 있기에, 오늘을 선택할 수 있었다

by 이재우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면
나는 가끔 아주 극단적인 생각을 한다.


“그냥 망하면 죽지 뭐.”


이 문장은 얼핏 들으면 삶을 비관하는 말처럼 들릴지도 모른다.
모든 걸 포기한 사람의 체념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 이 말은
삶을 내려놓겠다는 선언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다.


어차피 삶의 끝이 죽음이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순간,
나는 지금의 선택들을
조금 덜 두려워할 수 있게 된다.
잘못되면 어떡하지,
이 길이 틀리면 어떡하지,
남들보다 뒤처지면 어떡하지 같은 질문들이
잠시 힘을 잃는다.


‘망하면 죽지 뭐’라는 말은
내가 스스로에게 거는 하나의 주문이다.
최악을 상상함으로써
지금을 붙잡을 수 있게 만드는 말.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틀려도 괜찮고,
지금 당장 의미 없어 보여도
내가 하고 싶은 것에 조금 더 집중해도 된다는
나만의 허락이다.

나는 이 생각을 품으면서
조금씩 이전의 나를 죽여왔다.
실패를 과하게 두려워하던 나,
타인의 시선에 맞춰 선택하던 나,
안전한 길만 고르며 스스로를 묶어두던 나를
하나씩 내려놓았다.


그 대신 얻은 것은
대단한 성공도,
확신에 찬 미래도 아니다.
다만 오늘 하루를 살아낼 수 있는 용기,
지금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스스로를 덜 미워하게 되는 마음이다.

삶을 가볍게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삶을 너무 무겁게 짓누르지 않기 위해
나는 이 생각을 꺼내 든다.
끝을 알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지금을 더 진지하게 살 수 있다는
이 묘한 역설을 믿으면서.

그래서 오늘도 나는
이 다소 거친 문장을 마음속으로 중얼거린다.

망하면 죽지 뭐.
그러니까 오늘은,
조금 더 솔직하게 살아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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