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의 들판을 버리는 시대에서 낭만을 말하는 일
뮤지컬 팬레터를 보고 나서
오래도록 마음에 남은 문장이 하나 있었다.
“가난해도 사랑을 알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올테니.”
일제강점기, 모든 것을 빼앗긴 시대에도
사람들은 봄을 기다렸다. 땅을 빼앗기고,
언어를 빼앗기고,
이름마저 마음대로 부를 수 없던 시대에도
그들은 사랑을 썼고, 시를 남겼다.
가난했고, 시대는 잔혹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왔고, 봄은 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우리는 그때보다 훨씬 많은 것을 가지고 있으면서 오히려 더 쉽게 포기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우리는 누구에게 빼앗긴 것도 없는데
스스로 자신의 들판을 던진다.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사랑을 미루고,
비효율적이라는 이유로 낭만을 버린다.
돈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꿈을 정리하고,
쓸모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감정을 숨긴다.
이런 시대에
스스로를 시인이라 부르고,
작가라 정의하는 일은
어쩌면 매우 비효율적이고
조금은 멍청한 선택처럼 보인다.
글은 당장 생계를 책임져주지 않고,
사랑은 언제나 불확실하며,
낭만은 현실 앞에서 쉽게 초라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글을 쓰고,
사랑을 믿고,
낭만을 손에서 놓지 않으려 한다.
그 한 줌의 낭만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를 완전히 메마르게 만들지는 않기 때문이다.
팬레터 속 인물들이 빼앗긴 들판 위에서도 시를 쓰고
사랑을 선택했듯, 나 역시 이 시대 한가운데서
조금은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살아가고 싶다.
가난해도 사랑은 오고,
모든 것을 잃은 것처럼 보여도
봄은 결국 온다.
그 믿음 하나로
오늘도 나는
세상에 팬레터를 보내듯
조심스럽게 이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