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함이 사치가 되어버린 세상

선함의 가치에 대하여

by 이재우

지하철에서 노약자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일, 바쁜 출근길에 떨어진 물건을 주워주는 일, 동료의 실수를 감싸주는 일. 이런 작은 선함들이 언제부턴가 '여유 있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사치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세상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 SNS는 실시간으로 정보를 쏟아내고, 회사는 더 빠른 성과를 요구하며,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뒤처질까 봐 앞만 보고 달린다. 이 속도 경쟁 속에서 선함은 어느새 비효율의 다른 이름이 되어버렸다.


선함은 느림을 만든다


남을 배려한다는 것은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내 일정을 조금 미루고, 때로는 내 이익을 양보하는 일이다. 하지만 오늘날의 세상은 이런 '잠깐의 멈춤'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회의 중에 누군가의 의견을 끝까지 경청하는 일보다 빠르게 결론을 내는 것이 중요해졌다. 길을 가다 누군가를 도와주는 대신 스마트폰을 보며 빠르게 목적지로 향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동료가 힘들어할 때 함께 고민하기보다는 '각자도생'이 살아남는 방법이라고 배웠다.


뒤처진다는 두려움


사람들은 선한 행위를 하는 것이 곧 경쟁에서 뒤처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렇다. 다른 사람을 도와주느라 자기계발 시간을 놓치고, 배려하느라 기회를 양보하고, 친절하느라 강단 있는 사람으로 보이지 못한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른다. "세상이 원래 그런 거야. 착한 사람이 손해 보는 거지." 그리고 우리는

고개를 끄덕인다. 너무나 익숙한 공식이어서,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우리가 잃어버린 것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선함이 드물어진 세상에서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일까? 조금 더 빠른 속도, 조금 더 많은. 정보, 조금 더 앞선 자리. 그리고 우리가 잃은 것은? 서로를 믿는 마음, 함께 가는 기쁨, 누군가에게 기댈 수 있다는 안도감. 선함은 비효율적이지만 따뜻하다. 느리지만 단단하다. 당장의 성과는 아니지만 오래 남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선함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다.


세상이 아무리 빨라져도, 정보가 아무리 넘쳐나도, 우리가 결국 필요한 것은 옆 사람의 손을 잡아줄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그 여유를 사치가 아닌 당연한 것으로 만드는 일. 그것이 우리가 다시 찾아야 할 선함의 의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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