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지금,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오늘 죽음은 다시금 말을 걸어왔다.
“무슨 생각 하고 있어?”
“…지금은 너랑 대화할 그런 기분이 아니야.”
“내 의지로 나온 게 아닌 건 너도 알잖아?”
알고 있었다.
내가 필요해서 죽음이 나에게 말을 건 것이다.
“…너무 힘들어.”
“뭐가?”
“너무… 너무 갑자기 돌아가셨잖아…”
할아버지는 그날 갑작스러운 사고로 돌아가셨다.
“처음이지?”
“뭐가?”
“이렇게 가까이서 죽음을 경험하는 거 말이야.”
“… 말하고 싶은 게 뭐야?”
“그냥 네가 느끼는 감정을 알고 싶은 거야.”
“… 뭔가 답답해.”
응급실에 온 이후부터 내 마음 한편에서 답답함이 차올랐다.
마냥 슬프고 아프다는 느낌보다 더 답답한 느낌.
나는 그게 뭔지 알 수 없었다.
“답답함이라…”
죽음은 생각에 잠긴 듯 말하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할아버지는 어떤 사람이었는데?”
“할아버지는…”
말을 이어 나가지 못하였다.
할아버지는 분명 좋으신 분 이었다.
어렸을 땐 같이 살기고 하였고, 왕래도 잦았다.
하지만 커가면서 점차 대화나 왕래가 줄기 시작했고,
연락도 뜸해졌다.
그리고 지금 나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기억나지 않는다.
내가 본 마지막 모습은 병원 침상에 누워 하얀 천을 뒤집어쓴 채
실려 나가던 작은 체구의 무언가였다.
“기억이 안 나…”
나는 울먹였다.
“기억에 남아있는 모습 없어?”
“오늘… 오늘 본 것 때문에… 인간은 참 하찮은 거 같아…”
“어떤 이유로 인간이 하찮다고 느끼는 거야?”
“할아버지가 실려 가시는 걸 봤는데… 너무 작으신 거야. 사람은 참…”
“죽음 앞에선 하찮아진다 생각하는 거지?”
“어….”
“음… 인간은 정말 하찮은 존재일까?”
“그게 무슨 소리야?”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는 거 아닐까?”
“죽으면 인간은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 이게 어떻게 부정적이지 않을 수 있는데?”
“그렇다고 인간이 죽기까지 과정 역시 부정당해야 하는 걸까?”
“어차피 죽으면…”
“어차피 죽는다고 삶 전체를 부정해야 할까? 너도? 너의 할아버지도?”
“그렇지만… 이렇게 갑자기 죽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없잖아.”
“그래?”
“내가 아무리 열심히 살아도 내일 죽으면 아무 의미가 없어지잖아.”
“그래서 열심히 안 살 거야?”
“그건…”
답답했다. 너무 답답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는 알겠다.
하지만 답답했다. 뭔가 꽉 막힌 기분이었다.
“모르겠어.”
“그래?”
“인간은 무엇 때문에 살아가는 걸까?”
“한 번 정답을 찾아봐”
그 말을 끝으로 죽음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