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에는 더 이상 ‘실리콘’이 없다?

더 이상 반도체가 만들어지지 않는 실리콘 밸리

by 최우준
실리콘 밸리의 지도(출처:머니투데이)

‘기술 혁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 바로 미국의 실리콘 밸리이다.


실리콘 밸리는 반도체 제조에 핵심 재료인 ‘실리콘’과 산타클라라 인근의 ‘계곡’이 합쳐진 용어이다.


1950년대 산타클라라 지역 주변에 여러 반도체 회사들이 집중되고, 수많은 혁신적인 기술이 만들어지면서, 현재는 첨단 기술 산업의 상징적인 단어가 되었다.


그러나 실리콘 밸리에서는 그 이름과는 다르게 사실 실리콘이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반도체 칩 중 “Made in USA”를 찾아보기 어렵다.




반도체 제조에서 미국이 담당하는 비율은 10% 전후이다.


반도체가 탄생한 미국에서 반도체가 제조되는 비율이 1/10도 안된다는 사실은 놀랍다.


반면, 대만, 한국, 중국 등 아시아 국가에서 대부분의 반도체 제조를 담당하고 있다.


과거에 미국에서는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전 세계 반도체의 37%가 미국에서 생산되었다.


미국은 반도체 생산의 주도권이 왜 아시아 국가로 넘어가게 된 것일까?




원래 미국은 반도체 생산 능력이 뛰어났다.


하지만, 20세기 후반에 미국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건비도 증가하고, 공장을 짓고 유지하는 천문학적인 비용과 리스크를 감당하는 대신 다른 선택을 하였다.


반도체 팹을 유지하는 데는 엄청난 자본이 들어가기 때문에, 대신 부가가치가 훨씬 높은 반도체 설계 분야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그 결과 오늘날 미국에서는 엔비디아, 브로드컴, 애플, AMD와 같은 고마진 반도체 설계 회사는 쉽게 찾아볼 수 있으나, TSMC나 삼성전자와 같이 대규모 첨단 반도체를 제조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어렵다.




반도체 제조 산업에서 미국이 발을 빼니 아시아 국가가 그 틈을 정부의 파격적인 보조금과 저렴한 인건비를 바탕으로 산업을 발전시켰다.


대만 정부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성장한 TSMC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오늘날 SK 하이닉스)가 정부로부터 저금리 대출이나 세제 혜택 등을 받으며 반도체 산업을 키웠다.


이제, 아시아가 실질적으로는 ‘실리콘 밸리’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기간에 반도체 공급망이 붕괴되고, 반도체 제조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는 것을 깨달은 미국은 ‘칩스법’ 등을 통해 반도체 제조를 본토로 불러들이려고 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에 다시 실리콘이 만들어질까? 과연 세계 반도체 제조 산업은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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