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만큼 책 읽기 좋은 곳이 없는 이유(1)

하루 30분이면 충분합니다

by 최우준

사실 군대만큼 책 읽기 좋은 환경이 없습니다. 할 게 없기 때문이죠.


스마트폰이 나오기 전 지하철의 풍경이 어땠는지 기억하시나요? 다들 책을 읽었습니다. 책 읽기 외에는 지하철에서 딱히 할 수 있는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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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스마트폰이 나오고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는 책 읽는 지하철 풍경은 볼 수 없게 되었습니다.


군대에서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도 없고, 전공과목 공부를 하기에도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입니다. 게다가 군인 신분으로서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최우선 순위입니다.


물론, 일과가 끝나면 오후 6시부터 스마트폰을 받고, 싸지방에 가서 자유롭게 컴퓨터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간의 밀도가 사회에 있을 때와 차원이 다릅니다.


사회에서 AI와 문서 소프트웨어 등을 이용해 사람들과 협업했을 때 1시간이면 해결할 일을 군대에서는 2~3배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립니다.


강제 디지털 디톡스가 됩니다. 그렇기에 군대만큼 책 읽기 좋은 환경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가 훈련병 이후부터 병장 5호봉인 지금까지 읽은 책은 대략 110권 정도입니다. 이 중에는 완독 하지 못한 책도 있고, 같은 책을 2~3번 넘게 읽은 책도 있습니다.


공군의 군생활이 대략 640일이라면 640/110 = 5.8, 대략 일주일에 한 권꼴로 책을 읽은 셈입니다. 작년 성인 평균 독서량이 5.4권인 것을 보면 저는 5주 만에 일 년치 독서를 한 셈입니다.


저도 매일 독서를 한 것은 아닙니다. 휴가를 나가서는 술도 마시고, 친구들과 놀기도 하며 전공과 영어 공부, 헬스와 축구, 유튜브 시청 등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일주일에 한 권 꼴로 책을 읽었습니다. 사실 일주일에 책 한 권 읽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책 한 권을 300페이지라고 하면, 7일 동안 하루에 40페이지 정도 읽으면 됩니다.

40페이지라면 아무리 글을 천천히 읽는 사람이라도 1~2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즉 하루에 1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한 달이면 4권, 1년이면 50권이 쌓이게 됩니다.



사회생활을 하고, 직장에서 퇴근하고 책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닙니다. 저와 같은 대대에 있는 선후임, 동기들도 퇴근하면 피곤해서 누워있거나 스마트폰을 하며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딱 1시간 정도만 하루에 투자해서 책을 읽으면 1시간이 1권, 10권, 100권이 됩니다. 독서에도 복리 효과가 작용해 책을 읽을수록 독서 속도와 문해력이 증가합니다.


하루에 1시간이 어렵다면 일단 30분 정도씩 자기 전에 투자해 한 달, 두 달 시간이 쌓이면 머리가 맑아지고 생각이 확장되는 경험을 하기 시작할 겁니다.


저는 군대라는, 선택권이 없는 환경에서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은 다릅니다. 지금 당장 책 한 권을 펼칠 자유가 있습니다.


하루 30분. 그것만으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30분이 모여, 결국 책 한 권을 쓰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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