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복무 중인 대학생이 책 집필을 추천하는 이유

군대에서 책을 쓴다고? 정말 가능할까

by 최우준

군대는 책을 읽기에도 좋은 환경이지만, 동시에 책을 쓰기에도 최적의 환경입니다. 특히 대학을 휴학하고 입대한 경우라면, 저는 강력하게 책 집필을 추천합니다. (저는 카이스트 공대생으로, 공군 상병 때부터 비전공자를 위한 반도체 교양서를 작성해 약 4~5개월간의 집필과 퇴고를 거쳐 현재 출판사에 투고 후 출간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왜 군대가 책을 쓰기에 좋은 환경일까요?


군 복무 중에는 사회에서 하던 일을 잠시 멈춰야 합니다. 그만큼 시간이 많고 여유롭습니다. 책 집필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인 것이죠.


책을 집필하기 위해서는 사전 조사와 기획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합니다. 나의 수준에서 어떤 이야기와 지식을 담을지 고민하고, 시중의 비슷한 책들과 비교 분석해 큰 구조를 짜야 합니다. 그리고 그 구조를 토대로 글을 써나가야 하죠. 다양한 책과 자료, 인터뷰 내용 등을 분석하고 공부하며 책에 들어갈 내용을 하나씩 채워가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군대의 여유로운 환경은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기에 적합합니다.


군 복무 중인 대부분의 군인들은 20대 초반에 대학을 휴학하고 온 경우가 많습니다. 이 시기에 책을 집필한다는 것은, 해당 분야에 대한 높은 관심과 전문성을 보여주는 강력한 수단이 됩니다. 모두가 비슷한 자격증과 토익 점수로 스펙을 쌓는 시대에, 책을 집필했다는 사실은 사람들의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킵니다.


물론 대학생이 쓴 책의 깊이와 전문성은 전문가에 비해 낮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대 초중반,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입장에서만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나만의 생각을 담은 책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습니다. 『사피엔스』, 『총균쇠』, 『코스모스』, 『칩워』처럼 깊은 통찰과 지식을 전달하는 책을 쓰려면 상당한 전문성을 먼저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꼭 국문과를 나와야 책을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내가 쓸 수 있는 방향과 주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무슨 책을 써야 할지, 그 책이 과연 가치가 있을지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그렇게 약 6개월간의 고민 끝에, 제 전공과 관련된 반도체 이야기를 쓰기로 결정했습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반도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는 마땅한 책이 없었습니다. 저를 포함해서 반도체를 전공하는 주변 지인도 반도체 개념을 쉽고 포괄적으로 설명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반도체 기술의 중요성은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반도체 교양서는 거의 없었습니다. 시중의 반도체 관련 서적은 대부분 전공자를 위한 두꺼운 교재이거나, 반대로 너무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 간극을 채울 수 있는 책, 즉 전공 지식은 갖추되 아직 배우는 입장에서 쓴 책이라면 오히려 비전공자가 읽기에 더 편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문가의 언어가 아닌, 처음 배웠을 때의 눈높이로 쓴 글이야말로 제가 드릴 수 있는 가장 솔직한 가치라고 느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자신만이 담아낼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것이 꼭 거창한 주제일 필요는 없습니다. 내가 처음 배우면서 헤맸던 것, 주변에 자주 설명해주게 되는 것, 시중의 책이 도무지 만족스럽지 않았던 분야, 그 안에 나만의 책 주제가 숨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주제를 정한 뒤 실제 집필은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막막한 첫 페이지 앞에서 어떻게 첫 문장을 쓰고, 어떻게 끝까지 완성해 나갈 수 있을지, 제가 직접 겪은 집필 과정을 다음 글에서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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