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그렇게 강해졌다.
나는 한 번도,
"할아버지 인생은 어땠어요?" "할머니 인생은 어땠어요?" 라고 묻지 못했다.
왜 그렇게 힘들게 사셨는지,
무엇이 가장 무서웠는지,
무엇이 가장 기뻤는지도..
나는 끝내 알지 못한채 남아버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에야,
나는 비로서 그분들의 인생을 제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살아계실 때는 묻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땐 너무 당연해서 흘려보냈던 하루들이
이제는 마음속에서 자꾸 되살아난다.
나는 늦었지만, 비로소 그분들의 인생을 존경하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
그 분들의 이야기를 기록하려 한다.
얼마 전 할아버지의 기일이었다..
할아버지를 추억하며 나는 문뜩 궁금했다
"할아버지는 어떤 인생을 사셨을까.."
할아버지의 기일에 그를 추모하는 나의 작은 방법은
그와의 추억과 그의 인생을 손녀의 시선으로 돌아보는 것이었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는 내게 말했던 적이 있다.
6·25전쟁이 일어났던 그날 할아버지의 인생은 180도 바뀌었다고..
우리 할어버지는 북에서 굉장한 부자였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장남으로써 지금의 서울인 한양으로 유학을 오셨다고 한다.
작은아버지 집에서 살며 열심히 공부하고 있던 중... 어느날 그는 가족과의 생이별을 하게 되었다.
젊은이들에게는 잊혀진 그 고통의 역사...6·25전쟁..그는 그렇게 혼자가 되었다.
그러던 중 작은 할아버지가 남한으로 피난을 오며
작은할아버지로 부터 할아버지의 아버지 소식을 전해들으셨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아버지가 남한군을 숨겨주었고
남한군을 숨겨주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북한군에 끌려가 아오지탄광이라는..그곳으로 끌려갔다고..
그 중에 둘째 아들인 작은할아버지를 급하게 남한으로 피난보냈다고..
나는 덤덤히 말씀하시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가슴이.. 너무 아팠다.. 그들의 인생이 모두.. 너무 비극적이라.. 아무말도 할 수 없었다.
할아버지의 아버지는 아들뻘인 남한군을 과연 외면할 수 있었을까?
자식이 있는 부모라면 북한군이 아니라 반대편인 남한군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숨겨달라고 애원하는 그 눈빛을 단숨에 내칠수 있었을까...
비록 자신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겠지만 그는 그 어린 남한군에게서
남한에서 유학 중인 아들이 보였을 것이다..
그냥 한 아이의 아버지로 그를 숨겨주었을 것이다..
나는..도대체 무엇이 그를 아오지탄광이라는 그 지옥으로 끌고갔는지
끌려갈 정도의 잘못을 한것인지..이해할 수 없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남한군 북한군을 떠나 한 생명을 보호하려던 그의 모습이 존경스러울 따름이다.
결론적으로 우리 할아버지는 작은할아버지를 만나 서로 의지하며 남한 생활을 악착같이 버텨나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매일 전쟁의 트라우마 속에서 살고 있는 동생을 지켜야한다는 생각으로,
집안을 일으켜 세워 하루 빨리 북한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티셨다고 한다.
그런데 세상은 역시 쉽지 않았나 보다..
우리 할아버지는 그렇게 악착같이 작은집에서 눈칫밥 먹으며 버텨가며 한양고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취업이 아닌 사업을 선택하면서 할아버지의 삶은 또 그렇게 흘러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