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출시된 전기차를 보면 대부분 소형이나 중형 전기차였습니다. 일반 내연기관 차에서 경험할 수 없었던 전기차의 정숙성과 강력한 주행 성능 덕분에 전기차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보조금을 받아도 3~4천 만원에 달하는 가격 때문에 구매를 망설이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돈이면 그랜저를 사지” “좀 더 보태서 더 좋은걸 사던가.”와 같은 의견을 쉽게 찾아볼 수 있죠. 특히 도심운행이 잦은 소비자들은 저렴한 전기차에 대한 선택지가 제한적인 점에 대해 불만을 토로합니다.
이런 상황에 캐스퍼 전기차 개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르노 트위지 같은 마이크로 전기차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경형 전기차는 없었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경형 SUV ‘캐스퍼’의 전기차 버전이 올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예정입니다. 또, ‘티카(T-CAR)’제작 계획까지 보도되기도 했습니다. ‘T-CAR’란 정식 도면이 완성되기 전, 시험용으로 만드는 차량을 말합니다. 보통 T-CAR를 제작한 후 1년 6개월 뒤 양산차의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캐스퍼 전기차의 출시는 2024년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캐스퍼 전기차에 대한 상품가치는 충분합니다. 캐스퍼는 정식 출시 후 첫 달은 208대를 기록했습니다. 이후 판매 호조세에 힘입어, 지난해 12월에는 4,127대로 경차 부문 최강자 자리를 넘보게 됐습니다.
이 차는 경형 SUV지만 소비자 라이프스타일과 안전에 대한 니즈를 확실히 반영했습니다. 차박 등 공간 활용성을 개선하기 위해 풀플랫 시트가 마련됐고, 내비게이션 기반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전방 충돌방지 보조, 후측방 충돌방지 보조 등 최신 첨단 운전자 보조 기능이 탑재됐습니다. 이로 인해 캐스퍼의 가격은 최대 2천만원 대 초반으로 경차치고 상당히 높은 가격에 책정됐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은 호평입니다.
그렇다면 캐스퍼가 실제로 전기차로 출시된다면 어떤 스펙을 가지게 될까요? 지금까지 알려진 정보를 종합하면 이 차의 배터리 용량은 아이오닉 5의 절반 수준인 40kwh이며, 주행거리는 320km로 예상됩니다.
최근 출시된 쉐보레 볼트EV 주행거리가 400km에 달하는데, 2024년을 기준으로 전기차 제조기술이 발달한다는 가정하에 캐스퍼 전기차 역시 비슷한 주행거리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을 캐스퍼 전기차 모델에 적용할 순 없을까요? 플랫폼의 개발 목적 중 하나가 여러 차종에 공통 적용하여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차 개발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입니다. 하지만 E-GMP의 기본 휠베이스(앞 바퀴와 뒷 바퀴 사이의 거리)는 3,000mm에 달하기 때문에 아무리 줄여도 경차용으로 사용되기에는 무리가 있어보입니다.
또, 아직까지 경형 모델을 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없기 때문에, 코나 일렉트릭이나 쏘울 EV처럼 내연기관차를 베이스로 하고, 하부에 배터리를 장착하는 형식으로 개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한편 캐스퍼 전기차 모델로 주행거리 400km를 만족하려면 고밀도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이 경우 전륜에 모터를 탑재하거나 현대 모비스에서 개발 중인 인 휠 모터를 사륜으로 탑재하여 차 오너들에게 공간성, 배터리 적재 공간 등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어보입니다.
아이오닉5는 울산 공장에서 생산중이고 곧 출시 예정인 아이오닉6는 아산 공장에서 그랜저와 쏘나타와 함께 ‘혼류 생산’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모두 중형 이상 사이즈 모델들이기 때문에 경형 모델 생산을 위해 별도 생산라인을 깔아 둘 가능성은 높지 않아보입니다.
현재 캐스퍼를 위탁 생산중인 광주글로벌모터스에서 ‘캐스퍼 전기차 모델을 함께 생산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와 비슷한 사례로 모닝과 레이를 생산하던 위탁 제조사인 ‘동희오토’에서는 레이EV를 생산한 바 있으며, 신형 전기차와 니로 플러스 생산도 이루어질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기차도 내연 기관차처럼 경형에서 대형까지 다양한 라인업을 하나 둘 구축하게 될 것입니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출시 됐을 때 많은 수요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