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큰 화물차는 얼마나 많을까요? 뭐, 길가다 보이는게 화물차여서 10%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3.5%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이 차들이 내뱉는 온실가스가 정말 많아요.
환경부 조사 데이터를 보면 전체의 22.5%나 차지하죠. 특히 초미세먼지는 일반 승용차보다 40배나 많이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화물차도 친환경차로 바꿔야하는 때가 돼서 전기차로 할거냐 수소전기차로 할거냐 말이 많은데요, 대표적으로 테슬라는 전기 트럭을 밀고 있고 현대차는 수소전기 트럭이 답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정답일까요? 이 주제로 가볍게 알아보겠습니다.
몇 년 전에 컨설팅 기업 맥킨지에서 흥미로운 조사를 한 적이 있습니다. 10톤 이상의 전기트럭과 수소전기트럭에 짐을 가득 실었다는 가정을 했을때 어떤 방식이 유리한지 알아본 겁니다. 그 결과 전기트럭은 100km 구간까지는 운영 비용측면에 있어 수소전기트럭보다 유리했지만, 그 이상은 수소전기트럭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유는 의외로 간단한데, 무게 때문에 그렇습니다. 같은 주행거리를 가더라도 배터리 무게가 수소연료탱크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에 그만큼 불리할 수 밖에 없는 거죠. 이게 왜 그런거냐면, 수소전기차의 에너지 저장밀도가 전기차보다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전기차의 리튬이온 배터리 밀도는 1kg 당 250~350 Wh 정도인데, 수소전기차는 도요타 미라이를 기준으로 1kg당 1330Wh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충전시간은 어떨까요? 대형트럭을 운전 하는 분들은 너무 바쁘게 움직이다 보니, 땅을 딛는 시간이 1시간 밖에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합니다. 그래서 충전시간이 길면 절대로 안되죠.
볼보의 40톤 전기트럭의 완충시간을 예로 들면, 43kW 급을 이용하면 9.5시간, 250kW 급을 이용하면 2.5시간만에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리고 주행거리는 300km 정도 됩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밤에 충전하는 환경이 아니라면 생업으로 뛰기엔 부족한 스펙이죠?
한편 테슬라에선 ‘세미’라는 전기트럭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36톤 쯤 되는 짐을 싣고도 제로백이 20초밖에 안되는 엄청난 성능을 자랑합니다. 이 차의 주행거리는 4680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서 최대 805km를 목표로 합니다. 장거리 주행용으론 딱이죠?
하지만 주행거리가 긴 만큼 배터리 용량도 500kWh로 매우 크기 때문에, 기존의 급속충전기로는 시간이 오래걸린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배터리 무게만 해도 3톤쯤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전비도 그리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테슬라는 이걸 해결하려고 슈퍼차저보다 훨씬 빠른 ‘메가차저’를 개발 중입니다. 보통 초급속 충전이라 해도 350kW 수준인데, 메가차저는 1.5MW, 그러니까 1500kW급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충전소가 상용화되면 30분 충전으로 640km를 갈 수 있죠. 쉽게 말해, 배터리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 전기차 충전소를 촘촘히 세워서 주행효율이나 충전시간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겁니다.
그럼 수소전기 트럭은 어떨까요? 재작년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보면 빠르면 8분, 느리면 20분정도 걸리고 주행거리는 400km 수준입니다. 주행거리가 짧은게 아쉽지만, 충전시간이 그래도 빠른 편이라 수소충전소를 끼고 특정구간을 왔다갔다 하는 화물차라면 충분히 상용 가치가 있습니다.
현재는 3세대 연료전지가 들어간 차세대 수소전기트럭을 개발중인데, 주행거리 800km에서 1000km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차가 이걸 성공적으로 개발하면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아지죠. 그리고 벤츠 역시 수소전기 트럭의 장점에 주목해, 2027년까지 1,000 km를 가는 차를 개발할 예정입니다.
자, 지금까지 내용을 요약해보면 수소전기트럭이 충전시간이나 무게에 있어 유리합니다. 테슬라는 대형 전기트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배터리 성능을 높이고, 초급속 충전소를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확 띄는 성과를 아직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적어도 장거리를 뛰는 화물차 시장에선 수소전기차가 유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과연 대형트럭시장에서 전기차가 수소전기차를 이길 수 있을까요? 아니면 예전에 이야기한 대로 승용차는 전기차, 상용차는 수소전기차로 굳어지게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