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신경과 연구팀 자료를 보면 졸음운전 시 운전자의 의식 상태는 수초에서 수십 초 동안 외부의 자극을 감지하지 못해 반응이 없는 ‘미세수면'(microsleep) 상태가 된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자면서 운전하는 상태가 된다는 의미다.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한다는 점에선 졸음운전은 사실상 음주 운전과 같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도 졸음운전은 혈중알코올농도 0.17% 수준의 만취 운전과 동일하다고 할 정도다. 이는 면허취소에 해당할 만큼 상당히 위험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졸음운전이 위험하다는 건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고 되도록이면 피로를 풀며 가고 싶지만, 세상은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법이다. 시간에 쫓겨 쉬지 못하고 가거나, 고속도로 특성상 같은 풍경이 계속돼 지루함에 의한 졸음이 발생하기도 한다.
조수석에 누가 앉아있기라도 하면 그나마 졸음을 떨쳐내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만 혼자 운전한다면 나도 모르는 사이 졸면서 운전할 수도 있다. 최근 출시된 차량 일부엔 눈의 패턴을 살피고 휴식을 권하는 기능이 탑재되기도 하지만, 완벽히 감지하는 건 아니어서 좀 더 정확히 경고해 줄 만한 기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최근 현대모비스는 졸음운전을 예방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스마트캐빈 제어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해 화제가 됐다. 이 기술은 탑승객의 생체신호를 감지하고 측정하는 4개의 센서와 이를 분석하는 제어기, 그리고 소프트웨어 로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즉 차량 안에 탑재된 인공지능인 셈이다.
만약 해당 기능이 탑승객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졸음운전 같은 위험한 상황이라 판단할 경우, 내비게이션, 클러스터, 헤드업 디스플레이 등을 통해 주의하라고 경고한다. 또, 운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내부 온습도와 이산화탄소 수치까지 제어 가능해 쾌적한 실내 환경 조성에 도움을 준다.
사실 운전자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운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은 여러 제조사들이 오래전에 공개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모비스가 개발한 ‘스마트캐빌 제어기’가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거엔 한 가지 생체신호만 살피고 파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면, 이번 사례의 경우 여러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 복합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즉, 차량용 헬스케어 전용 제어기를 개발한 것은 이번이 세계 최초인 것이다.
과거 현대차는 미래 자동차 모습을 그린 영상에서 운전자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모습을 소개한 바 있다. 이 계획이 최근에 와서 실제로 구현됐고, 앞으로 ‘움직이는 건강검진센터’ 역할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이번 기술 개발은 비즈니스적 관점으로 봐도 큰 의미를 지닌다. 애당초 선점한 기업이 없는 블루오션이기 때문에 이번 성과를 초석으로 헬스케어 시장에서 상당한 존재감을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초가 되는 기술은 처음에 개발하는 것이 어렵지, 응용하는 건 다른 문제다. 앞으로 멀미예방, 스트레스 관리, 음주운전 차단 등 여러 방면으로 활용할 만큼 그 가치는 무궁무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