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넷플릭스에서 개봉한 영화 ‘서울대작전’은 도심 카 체이싱을 소재로 한 영화다. 배경이 1988년이기 때문에, 당시 한국에 있었던 자동차를 소재로 한 카 체이싱이기 때문에, 많은 올드카 매니아들의 관심을 받았다.
영화는 일명 ‘빵꾸팸’의 동욱(유아인 분), 준기(옹성우 분)가 해외에서 귀국 후 상계동으로 복귀한 뒤 우삼(고경표 분), 복남(이규형 분) 그리고 윤희(박주현 분)와 재회하는 데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반가움도 잠시, 안검사(오정세 분)가 들이닥치고 빵꾸팸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건넨다. 강회장(문소리 분)의 VIP 비자금 수송 작전에 투입돼 정보를 전달해달라는 것.
즉, 비자금 수송을 위한 카체이싱을 진행하는데, 여기서 등장하는 차 중 하나가 바로 현대자동차의 스텔라다.
스텔라는 1983년 5월부터 생산되기 시작해 1997년 1월까지 생산했던 현대자동차의 대표 장수 모델 중 하나이다. 후륜구동 중형 세단으로, 한국에서 최초로 차량 내장형 에어컨과 5단 변속기를 탑재했던 자동차다.
스텔라는 다양한 모델이 있었지만, 대중적으로 친숙한 것은 자가용 모델과 택시 모델이다. 자가용 모델은 1992년 까지 생산되었고, 택시 모델은 1997 년까지 생산되었다. 4년의 연구 기간, 270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최신 자동차 메커니즘을 과감히 도입하여 탄생시킨 세단이었다.
출시 초반에는 반응이 그냥 그랬지만, 현대자동차가 스텔라 이후 후륜구동 세단을 생산한 것이 2008년 제네시스 라인인데, 그 정도로 현대자동차에서 의미를 가지고 있었던 차량이다. 실제로 정주영 전 현대그룹 회장이 전용 차로 타고 다닌 적도 있다.
88올림픽 당시, 공식 자동차로 지정된 스텔라 88이 따로 있었을 정도로 스텔라는 인기 있던 차량이었다. 스텔라의 다양한 모델 중에는 왜건도 있었는데, 소량 생산되었기 때문에, 당시 안기부, 공공기관에서만 사용하고, 현재는 찾아볼 수 없다.
스텔라의 기본 제원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당시의 자동차들은 대부분 수동변속기를 사용하기에, 손과 발이 빠르면 얼마든지 카체이싱은 가능하다. 이번 영화에 등장하는 스텔라는 1999년 단종된 스텔라 택시 모델인데, 예고편에서 화려한 드리프트를 보여주며 놀라움을 주었다.
스텔라 택시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스텔라 택시는 일명 ‘깡통’으로 불리는 안전불감증 생길까 걱정되는 차량이었다. 휠 커버도 없이 일반 스틸 휠을 사용했고, 자동변속기조차 선택이 불가능했던 도시 전설이 된 택시다.
영화 속의 드리프트 및 질주 장면은 당연히 전문 스턴트와 연출이 더해진 것이지만, 수동 기어와 가벼운 차체, 튜닝 및 개조를 통하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대에도 당연히 전문 카레이싱용 자동차들이 있었다. 스텔라는 카레이싱용 차량과는 당연한 차이가 있지만, ‘서울대작전’에서 스텔라를 운전하는 건 바로 서울시내 곳곳을 누비는 택시 드라이버다. 골목부터 고속도로까지 안 달리는 도로가 없는 기사님들의 운전솜씨는 이미 보장되어 있지 않은가?
스텔라는 일반 시민들도 탈 수 있는 세단이었다. 스텔라의 후속격인 쏘나타 1세대가 나온 당시에도 스텔라의 인기는 여전해서, 지금은 국민차라 불리는 쏘나타가 고전을 면치 못했었다. 그렇지만, 당시 경쟁 차량인 대우의 로얄시리즈의 인기에 밀렸고, 같은 중형 승용차임에도 대우 로얄 시리즈보다 한 급 낮은 차량으로 분류되었다.
스텔라 광고에서는 “자동차의 생명은 엔진에 있습니다.”, “안전제일주의의 스텔라”라며 홍보한 것에 반해, 한여름에 차가 퍼지는 일이 많아서, 길가에서 후드를 열어 놓고 넋 놓고 있는 차로 유명하기도 했다. 차체에 비해 출력이 너무 낮아서 과부하가 걸리며 생긴 일인데, 당시 한국의 도로 상황과 서민용 자동차급에 들어가는 기술을 생각한다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비즈니스맨의 성공과 품위를 위해 필요한 스텔라라는 홍보 문구에 비해, 대중화된 것도 하나의 요인이었다. 물론 스텔라도 고급형과 왜건형 등 상류층을 위한 모델들이 있었지만, 당시만 해도 자동차는 부의 상징이어서, 무엇보다 “있어 보이는”것이 중요했다.
때문에, 보이는 것을 중요하게 여기는 상류층들은 서민차 이미지인 스텔라를 기피하게 되었다. 이후 현대차도 스텔라의 후속인 쏘나타에 더욱 집중하게 되면서, 스텔라는 추억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서울대작전’에서 택시 드라이버 ‘복남’역을 연기한 이규형은, 제작보고회에서 “극 중에서 제가 몰던 택시가 스텔라다. 저의 아버지도 스텔라를 타셨었는데 이걸 제가 몰고 있으니까 싱숭생숭하더라.”라는 소회를 밝혔다. ‘스텔라’는 라틴어로 ‘별’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는데, 이제 모두의 추억 속의 별이 된 스텔라의 화려한 드라이빙을 보고 싶을 때, ‘서울대작전’을 한 번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