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현지시간), 벤틀리가 자사 비스포크 부서 뮬리너(Mulliner)의 프로젝트 모델인 바투르(Batur)를 공개했다. 지난 2020년 공개해 12대 한정 생산한 바칼라(Bacalar)에 이은 두 번째 모델이다.
세계 3대 명차로 꼽히는 벤틀리. 그중에서도 고객 맞춤으로 한정 생산되는 바투르. 과연 바투르는 어떤 차일지 함께 알아보자.
바투르라는 이름은 발리섬의 킨타마니(Kintamani)에 위치한 호수에서 착안했다. 첫 번째 프로젝트였던 바칼라(Bacalar) 역시 멕시코의 바칼라 라군 지역으로부터 이름 붙여진 것과 같은 맥락이다.
바투르는 벤틀리 디자인 총괄 안드레아스 민트와 뮬리너 소속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 2도어 그랜드 투어러 모델이다. 단 18대 한정으로 제작된 이 차는, 공개 직후 사전 예약이 완료되었다고 한다. 첫 번째 고객 인도는 2023년 중반으로 알려졌으며 가격은 165만 파운드(한화 약 26억 원)로 알려졌다.
뮬리너 바투르는 벤틀리 특유의 럭셔리함을 재고하는 프로젝트일 뿐만 아니라, 벤틀리의 ‘Beyond 100’ 비전의 일환으로 차세대 디자인 언어를 내포하고 있다. 특히 오는 2025년부터 출시될 벤틀리 순수 전기차(BEV) 시리즈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에 의의가 있다.
외관 디자인은 기존 컨티넨탈 GT와 같이 스포츠 쿠페 스타일이다. 22인치 전용 휠이 장착되었으며 루프라인은 패스트백 형태로 매끄럽게 떨어진다. 가장 눈에 띄는 특징 중 하나는 벤틀리의 상징과도 같았던 원형 헤드램프의 합체. 트리플 LED와 사이드 휀더까지 이어지는 주간 주행등이 적용되어 기존 인상보다 날렵함을 강조했다.
후면부의 가변 리어 스포일러와 함께 테일램프 또한 새로운 디자인 언어를 가득 머금고 있다. 전면부와 디자인 색깔을 공유하듯 납작하게 압축되어 스포티함을 여실히 전한다.
고객이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될 실내를 살펴보자. 외관과 비교해 실내 레이아웃은 상대적으로 기존 모델들과 유사하다. 허나 벤틀리에게 인테리어는 근본. 게다가 궁극의 코치빌더 뮬리너 프로젝트다.
차량 내 모든 구성 요소의 색상 조합과 마감을 고객이 직접 지정함은 물론, 선택 가능한 소재에는 가죽을 대체하는 스웨이드 소재 다이나미카(Dinamica)를 비롯, 스코틀랜드 산 저탄소 가죽과 이탈리아산 지속 가능한 태닝 가죽, 그리고 3D 프린팅 18K 골드 등이 포함되어 친환경이라는 가치까지 충족한다.
벤틀리가 벤틀리 했다. 바투르의 파워 트레인은 6.0리터 W12 트윈 터보차저 엔진을 탑재해 최고출력 740마력, 최대토크 102kg·m를 발휘한다. 8단 더블클러치 변속기와 티타늄으로 이뤄진 전체 배기 시스템이 장착되며 제동은 각각 전방의 10피스톤, 후방의 4피스톤 캘리퍼와 벤틀리의 CSiC(Carbon-Silicon-Carbide) 시스템이 책임진다.
뿐만 아니다. 전자식 어댑티브 안티롤 바, 전자식 슬립 제한 차동장치를 지원해 운동성 및 안전성까지 챙긴다. 특히 드라이빙 다이내믹스 컨트롤 기능은 0.3초 만에 최대 132.6kg·m의 안티롤 토크를 제공, 보다 유연한 코너링 및 차체 밸런스를 유지한다.
이번에 공개된 바투르는 벤틀리만의 헤리티지 요소를 우아하고 대담하게 재해석한 모델이다. 가격은 26억으로 놀랍지만, 전동화라는 새로운 여정을 앞둔 벤틀리에게 바투르는 W12 엔진의 대미를 장식하는 상징적인 계기가 되는 차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