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블럼은 자동차 브랜드의 이미지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자동차 브랜드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엠블럼인데,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동시에 차량의 최전방과 후방에 부착되어 디자인을 완성하는 방점이 되기도 한다. 수많은 자동차 브랜드가 있는 만큼 엠블럼 디자인도 다양한데, 오늘은 그중 브랜드 5곳의 로고에 얽힌 사연을 소개해 보려 한다.
‘스바루’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의 일본 이름이다. 스바루의 전신은 후지중공업의 ‘자동차 부문’인데, 초대 사장이었던 키타 겐지가 “일본 자동차는 일본 이름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처음 ‘스바루’라는 이름을 붙였다. 과거 일본에서는 플레이아데스성단을 ‘무츠라보시(육안으로 6개의 별이 연결되어 있는 듯해 붙여진 이름) 또는 ‘스바루’로 언급했고 키타 겐지는 어려서부터 ‘스바루’라는 이름을 좋아했던 것이다. 엠블럼 속 6개의 별은 당시 흡수합병한 6개의 항공기 자회사를 상징한다. 또한 성단을 이루는 우주 배경이 파란색을 띠고 있기 때문에 엠블럼에도 파란색을 채용했다고 한다.
마세라티의 삼지창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삼지창을 본 따 만들었다. 마세라티 가(家)의 일곱 형제 중 예술가로 활동했던 다섯째 마리오가 이탈리아 볼로냐의 마조레 광장에 있는 포세이돈 조각상에서 영감을 얻어 디자인한 것이다. 1926년, 마세라티 자체 기술력만으로 탄생한 ‘티포 26’에 삼지창 엠블럼이 본격적으로 부착되기 시작했고, 티포 26은 이태리 시칠리아 섬에서 치른 타르가 플로리오 레이스에서 클래스 1위로 결승점을 밟으며 마세라티 브랜드를 널리 알리는 역할을 했다.
캐딜락의 엠블럼은 역대 제일 많은 변화를 거듭했다. 115년이 넘는 역사 동안 무려 30여 차례 변신을 거쳐 2014년, 지금의 모습을 완성했다. 캐딜락 엠블럼의 변천사에 많이 등장하는 재료는 승리를 상징하는 월계관이다. 캐딜락 가문의 문장을 따온 초기 엠블럼에서부터 쓰였으며 중간에 V자로 대체되었다가 1980년부터 2000년까지 4번의 로고 변경 동안 사라지지 않고 쓰였다. 그러다가 2014년부터 지금까지 쓰이는 엠블럼에서 사라진 것인데, 일각에선 이를 두고 품격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캐딜락의 거듭되는 변화에도 절대 변하지 않은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십자군 방패를 상징하는 기하학적 격자무늬. 방패 속 파란색은 기사도의 무용을 나타내며, 은색은 귀족의 미덕인 순결과 자선을, 붉은색은 용감성과 승리를 나타낸다.
시트로엥의 엠블럼은 더블 쉐브론(Chevron : 갈매기)란 별명을 가지고 있다. 1900년, 창립자 앙드레 시트로엥은 폴란드의 제분공장에서 사용하는 갈매기 모양의 톱니 기어를 발견하고 이 기술의 특허권을 사들여 V자 기어 제작으로 막대한 부를 쌓았다. 이후 성공의 상징이 된 더블 쉐브론은 자동차 제조에 본격적으로 착수한 1919년부터 자연스럽게 회사의 상징이 되었다.
부가티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스웨덴의 하이퍼카 브랜드 코닉세그. 코닉세그의 엠블럼은 16세기 신성로마제국 시절의 코닉세그 가문에서 유래된 것이다. 이 메인 로고와 더불어 코닉세그는 폭발적인 성능과 대비되는 귀여운 유령 마크가 유명하다. 엥엘홀름 공장에서 생산된 코닉세그 모델의 엔진 룸에 그려지는 유령 마크는 스웨덴 공군 전투비행단을 상징한다. 과거 코닉세그가 공군 전투비행단이 사용하던 활주로를 테스트 트랙으로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그곳 관계자가 부대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자동차에 넣자는 제안을 했고, 이에 따라 고스트 엠블럼을 엔진룸에 새기기 시작한 것이 시초다.
엠블럼의 역사는 보닛 위로 솟은 ‘후드 오너먼트(Hood ornament)’에서 시작됐다. 과거 냉각수가 없던 시절에는 라디에이터에 직접 물을 채운 후, 엔진을 식히고 다시 빼내어 시동을 걸었는데 이 과정에서 물을 넣는 입구와 마개가 보닛 밖으로 노출되어 있던 생김새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오늘날에도 몇몇 럭셔리 브랜드는 이를 계승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롤스로이스 환희의 여신상이 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는 교통사고 시 보행자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그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