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9년, 애플의 위탁생산업체 대만 폭스콘(Foxconn)은 전기차 시장 진출을 선언한 바 있으며 이후 대만 최대 자동차 그룹인 위롱과 손잡고 '폭스트론'을 출범시켰다. 그리고 얼마 전 폭스트론은 그들의 첫 양산형 차량인 ‘모델 B’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했다. 테슬라를 직접 겨냥했다고 언급한 만큼 차량의 이름도 노골적으로 따라 한 흔적을 볼 수 있다.
폭스트론은 HHTD22(Hon Hai Tech Day 2022)에서 소형 전기차 모델 B와 전기 픽업트럭 모델 V를 정식 공개한다. 이에 앞서 해당 차량들의 티저 이미지를 공개한 것인데, 사진 속 모델 B는 콤팩트한 크로스오버의 비율을 갖고 있다.
무엇보다 주목할 점은 모델 B가 이탈리아의 디자인 스튜디오 피닌파리나의 손길로 탄생했다는 점이다. 피닌파리나는 여러 컨셉카를 포함해 유수의 페라리 모델들과 마세라티, 알파로메오, 란치아, 푸조 등의 브랜드에서 나온 일일이 나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차량들을 디자인해온 업체다.
그런 피닌파리나가 설계한 모델 B의 디자인은 어떨까? 가장 먼저 시선을 사로잡는 부분은 전면 전체를 가로질러 뻗어 있는 넓은 LED 조명이다. 수많은 전기차 디자인의 트렌드로 자리 잡은 1자형 LED 램프이지만, 모델 B는 좌,우가 완전히 연결되지는 않으며, 발광하는 회사 엠블럼을 가운데에 삽입한 것이 구별되는 특징이다. 또한 단순 깜빡이가 아닌, 픽셀 라이트와 애니메이션 효과를 적용했다. 이러한 기조는 테일 램프에서도 유지되는데 후미등은 방향지시등에 사람 캐릭터까지 등장해 보다 재치 있는 디자인을 완성했다.
폭스콘의 전기 자동차 플랫폼 MiH(Mobility in Harmony)를 기반으로 제작된 모델 B는 크로스오버 및 해치백 스타일의 소형 전기차 형태를 취하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아이오닉 5 및 폭스바겐의 ID.3가 떠오르는 실루엣이며 측면에서 볼 때 C 필러에 적용된 불규칙한 패턴이 전면 헤드라이트 및 범퍼 디자인과 유사해 디자인적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프런트 휀더에서 시작되는 일정한 캐릭터 라인이 후륜에서 볼록 솟으며 볼륨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폭스트론은 다양한 세그먼트의 전기차를 연달아 공개하며 전기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폭스트론은 이번 공개에 앞서 모델 C와 모델 E 콘셉트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들 역시 피닌파리나의 작품이며 MiH 플랫폼을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Model C는 보다 전통적인 SUV 차체 모양을 가지고 있으며 Model E는 테슬라 모델 3 라이벌로 설계된 고급 세단 형태를 취하고 있다.
모델 B의 경쟁 차종을 뽑아보자면 테슬라의 모델 3, Y 및 현대의 아이오닉 5를 뽑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가격과 상세 제원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힘들다.
전기차 제조사는 이미 포화 상태라 봐도 무방할 정도로 많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폭스트론의 모델 시리즈는 과연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우선 폭스트론은 테슬라를 직접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모델 작명법이 동일해서 차량의 인지도 측면에선 유리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카피캣이라는 꼬리표가 붙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나아가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업계 선두를 달리는 테슬라와 달리 기존 폭스콘의 아이폰 위탁 생산 업체라는 이미지가 전기차 시장에서 브랜드 밸류를 견인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폭스트론은 폭스콘이 그러했던 것처럼 전기차의 자체 생산 및 위탁 생산을 목표로 한다. 이미 미국 전기차 업체 피스커와 중국 지리자동차와 생산 계약을 맺기도 했다. 이를 위해 폭스콘은 연간 50만 대 생산 규모를 갖춘 GM의 로드스톤 공장을 인수했으며 모델 B 또한 해당 공장에서 생산할 것으로 예상된다.
폭스트론은 모델 B를 시작으로 모델 C, 모델 E, 모델 T 등을 연이어 내놓을 계획이다. 테슬라와 모델명이 혼합될 텐데, 그 경쟁구도가 기대되는 동시에 한편으론 테슬라가 가만히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