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전기차 개발한다고 난리입니다. 신생 제조사부터 주요 제조사까지 예외가 없습니다. 심지어 찐부자들만 소유할 수 있다는 럭셔리 브랜드마저 내연기관차 고집을 꺾고 전기차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일까요? 언뜻 보면 기업의 운명이 달린 듯, 사활을 걸고 달려드는 것일까요?
탄소중립이란, 사람들의 활동으로 발생한 온실가스를 최대한 줄이고 남은 가스는 숲 등을 활용해 제로로 만들어 배출량의 총합을 0으로 만든다는 개념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점점 심해지면서, 강력한 자연재해가 발생해 여러 국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남극과 북극의 얼음, 히말라야의 만년설 등 잘 녹지 않는 곳의 눈과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높아져 수해를 입는 곳 역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특히 해발고도가 낮은 태평양의 작은 섬나라들은 점점 바닷물이 차올라 영토를 잃고 있습니다.
온실가스는 태양에서 날아든 적외선 복사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하는 역할을 합니다. 바깥으로 열이 완전히 빠져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생명체가 살기 좋은 온도를 유지합니다.
다만, 자연적으로 생성된 온실가스에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각종 산업의 발달로 생성된 인공적인 온실가스는 구성 성분 자체가 다르고 지구의 온실가스 밸런스를 무너트려 지구를 점점 뜨겁게 만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한 데드라인으로 2050년을 강조합니다. 산업혁명 시기인 1850년~1900년 평균온도 상승률 보다 1.5도 낮은 온도로 억제하려면 2050년까지 꾸준히 온실가스를 줄여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를 위해 2030년엔 2010년 대비 45% 수준으로 줄여야 하고 2050년 즈음엔 완전히 없애야 한다는 것이죠. 우리나라도 안심할 수 없는데, 이미 어릴 적 경험했던 계절의 변화와 상당히 다르고 열대작물이 재배되기 시작했으며, 여름철 무더위는 더 이상 선풍기로 견디기 어려운 수준이 됐죠.
자동차 제조사들이 온실가스에 신경 쓰는 결정적인 이유는 해당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가장 쉽기 때문입니다. 사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건 공장을 돌리는 '산업'이지만 '자동차' 부문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컨트롤하기가 용이합니다.
국가 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살펴보면, 수송부문의 경우 미국은 29%, 유럽연합은 22%, 우리나라는 13.9%를 차지합니다. 특히 트럭 같은 상용차는 승용차 수 보다 훨씬 적지만, 연료 소모량이 많고 장거리 주행이 많아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습니다.
때문에 전 세계 배출가스 규제는 점점 엄격해지고 있습니다. 내연기관차의 연료인 휘발유, 경유, LPG 등의 화석연료 이용을 제한하고, 심지어 자동차 생산 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까지 줄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특히 주요 국가에선 배출가스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신차 판매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탄소제로에 목숨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온실가스 배출량 절감을 위해 처음에는 다운사이징을 시도했습니다. 높은 엔진 배기량은 곧 많은 연료 소모를 의미하기 때문에, 배기량을 2.0L 언저리로 줄이는 대신 터보차저를 장착해 부족한 성능을 채웠습니다.
하지만 최근 세계 각국의 배출가스 규제는 다운사이징만으로 해결하기 어렵게 됐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하이브리드 자동차'입니다. 엔진에 걸리는 부하 일부를 전기모터로 대신하죠.
쏘나타를 예로 들면 하이브리드 모델의 배출가스량은 1km당 79g ~ 91g입니다. 한편 가솔린 모델은 1km당 120g ~ 134g입니다. 또한 고성능인 N 라인 모델은 1km당 152g ~ 155g이죠.
이처럼 순수 내연기관차 대비 절반 수준의 배출가스 배출량을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유럽 제조사를 중심으로 각광받고 있는 동력 체계가 됐습니다. 특히 파워 트레인에 보조 모터와 배터리를 장착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연구개발 비용을 아끼고 연비와 정숙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친환경 정책이 탄소 배출 절감이 아닌 탄소 배출 제로인만큼, 하이브리드 모델마저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레 배출량이 0인 전기차와 수소전기차에 관심을 두게 됐죠.
현재 자동차 산업 주요 국가에선 배출가스 규제를 넘어 신규 내연기관차 판매 자체를 금지하는 법안을 내놓았습니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는 2025년부터 순수 내연기관차를 팔 수 없고 영국과 스웨덴은 2030년, 독일과 일본 그리고 미국 일부 주는 2035년, 프랑스는 2040년부터 금지합니다. 대신 일부 국가는 신차의 일정 비율을 전기차로 대체하도록 강제합니다.
이에 따라 볼보, 폭스바겐, 메르세데스-벤츠, 렉서스, GM, 현대기아차 등 주요 제조사들도 흐름에 동참하는 모양새입니다.
이러한 정책으로 못해도 2040년까지는 판매될 것으로 예상됐던 하이브리드 모델은 조만간 역사 속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우리나라는 친환경차 신차 판매 비중을 계속 늘려, 2050년에 이르러서는 100% 친환경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2018년 수송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인 9,810만 톤이 약 98%나 줄어든 250만 톤으로 확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편 자동차 생산 역시 막대한 배출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차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한 대당 17톤의 배출가스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때문에 자동차 배출가스 외에도 생산 공장의 친환경화를 병행 중입니다.
이 분야의 대표주자는 폭스바겐과 벤츠입니다. 폭스바겐은 자동차 제조사 중 최초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동참 선언을 하고 '고투제로'라는 환경 행동 강령까지 마련했습니다.
이 플랜에 따라 2025년까지 생산 시 발생하는 배출가스를 45% 수준으로 줄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실제로 폭스바겐 그룹의 전 세계 공장 16곳 중 11곳을 태양광, 풍력 등 친환경 발전으로 가동 중이죠. 그중 전기차만 생산하는 '독일 츠비카우 공장'은 열병합발전과 태양광 발전을 이용합니다.
게다가 전기차 배터리 생산에도 막대한 에너지와 자원이 들어가는 만큼, 수명이 남은 배터리는 에너지 저장용으로, 나머지는 잘게 부숴 배터리 원료로 사용하는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한편 미국의 GM도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데, 2035년까지 공장의 에너지 집약도를 2010년의 35% 수준까지 확 줄입니다. 그리고 2025년까지 공장 근처 쓰레기 매립지와 소각장에서 90% 이상 폐기물을 재활용할 예정입니다.
볼보의 경우 이 분야로 일찌감치 진출해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스웨덴 토슬란다 공장은 2008년부터 수력 발전과 풍력 발전으로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고 난방 에너지의 절반은 바이오가스(생분해로 발생되는 가스)로 대체합니다.
벤츠도 앞선 기술로 공장 내 탄소중립을 실현 중입니다. 대표적으로 S 클래스를 생산하는 '팩토리 56'이 있습니다. 공장 설계 단계부터 탄소중립을 고려해 곳곳에 온실가스 감소를 위한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지붕엔 태양광 패널이 깔려 있어, 전력을 생산하면 공장 수요 전력의 30%를 충당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풍력 발전기에 의지합니다.
게다가 공장 내 무인 수송 차량에 전기 배터리 혹은 연료전지를 이식해 부품 운송 시 배출가스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 주변의 이목을 사로잡았습니다.
탄소중립은 자주 듣는 용어가 아니기에, 다소 낯설 수는 있으나 온난화 속도를 늦추고 기후 재앙을 예방하기 위한 필수 조치로 보면 되겠습니다. 하지만 기존의 화석연료를 이용한 발전을 친환경 발전으로 대체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화력을 앞세운 기존 발전 방식을 대체할 기술의 개발 난이도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탄소중립은 2050년, 전기차로 완전 전환도 2050년, 화석연료 완전 대체도 2050년으로 28년 후를 목표로 여러 정부와 기업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8년이란 세월은 강산이 세 번 바뀔 긴 기간입니다. 하지만 여유롭다고 제대로 준비하지 않는다면, 영화 투모로우 같은 세상에 살지도 모릅니다. 앞으로 획기적인 기술이 개발돼, 탄소제로 시기를 앞당겼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