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기업 초창기에 북미로 넘어가 포니로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결국 품질 문제로 철수하게 됩니다. 수 십 년 넘는 브랜드 역사에서 오는 격차를 줄이는 건 불가능했기 때문이죠. 이후 미국과 일본의 여러 제조사들과 협업관계를 맺으며 어깨너머로 여러 기술을 배웠고, 해외에서 활약 중인 우리나라 엘리트들을 영입해, 빠르게 성장합니다.
물론, 한국 자동차 브랜드의 빠른 성장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일본에선 온갖 훼방을 놓으며 국산화를 최대한 지연시키려고 했어요. 하지만 현대차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국산화하는데 성공해, 국내 자동차 역사에 한 획을 그었습니다.
그렇게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웬만한 부품은 국산화를 이뤘고, 여기서 얻은 자신감으로 일본 자동차 시장에 진출합니다. 20여 년 전 일본은 넘보기 힘든 시장이었어요.
일본은 자동차 역사가 오래됐습니다. 1900년에 미국에서 전기차를 처음 들여왔고, 1923년에 정부 지원으로 시작한 닛산으로 스타트를 끊게 됩니다. 그리고 태평양 전쟁 시기 군수용으로 온갖 차량들이 개발되면서 제조 기술력 또한 비약적으로 상승하게 되죠. 이후 50년대 자동차의 대중화, 고도의 성장기를 거쳐 80년대~90년대 버블경제로 들어서면서 당시 우리나라가 따라잡기 힘든 그런 곳이었습니다.
그래서 현대차의 일본 시장 진출은 대담하면서도 어떻게 보면 무모한 도전이었어요. 아니나 다를까, 2001년 진출 후 2009년까지 별다른 실적을 내지 못하고 철수하게 됩니다. 일본은 자국 브랜드에 대한 자부심이 강했고, 가격 대비 품질도 괜찮아, 경쟁을 하기 어려운 환경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일본 자체 법적 기준이 있어 이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어요.
이렇게 여러 차례 쓴 잔을 들이켠 현대차는, 2022년 다시 한번 일본 자동차 시장에 도전합니다.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로 말이죠. 이젠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고, 100% 친환경차 부문에선 오히려 일본보다 우위를 선점하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특히 무조건 자국산 차를 애용해야 한다는 생각 대신 개개인의 가치관에 따라 차를 고르는 풍조 덕분에 수입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어느 정도 낮아진 점도 일본 재진출의 트리거 역할을 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런 움직임이 이슈가 되었는지, 최신 모델인 아이오닉 5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어요. 그동안 봐 왔던 자동차의 디자인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고, 최근 한국 브랜드의 활약을 매체를 통해 접하면서 자연스레 눈길이 가게 된 것입니다.
이에 대한 대표 사례로 최근 일본의 유명 자동차 인플루언서 ‘고미 야스타카’의 아이오닉 5 시승 영상이 있습니다. 영상 업로드 후, 2주 만에 댓글만 1,760여 개가 달렸는데 놀랍게도 한국 브랜드라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평가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일본 현지에서 아이오닉 5는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요?
디자인은 대체로 괜찮다는 평입니다. 외관은 글로벌 시장을 노려, 디자인 트렌드를 잘 따라가고 있다는 의견이 많았으며, 인테리어는 디스플레이를 중심으로 한 레이아웃이 눈에 띄고 도어트림의 질감이 괜찮아 보이며, 미래지향적이라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유럽 스타일이 짙게 느껴진다는 평과 레트로 디자인의 재해석으로 전기차 다운 모습이라는 의견도 종종 확인됩니다. 특히 외관 앞뒤로 장착된 픽셀 타입의 램프 디자인은 일본차에서 볼 수 없는 특별함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또한 모든 면에 있어 새롭고 특별하지만, 테슬라를 많이 의식한 느낌이 디자인 곳곳에서 느껴진다는 평도 있었습니다. 영상에서도 ‘고미’씨는 해외 개발진 영입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며 짧게 평했습니다.
그밖에 인포테인먼트, 주행, ADAS 등 여러 부분이 최첨단이고 가격 설정도 전략적이어서 유럽에서 잘 팔릴만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한편 자국 브랜드와 한국 브랜드에 대한 내용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현기차는 최신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해, 상품화 시키는 능력이 뛰어나다는 의견이 있었고, 아시아에선 일본이 TOP이라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점점 받아들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자조 섞인 이야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 자동차 산업에 대한 쓴소리도 있었습니다. 토요타 같은 일본 기업들은 기술은 가지고 있는데, 잘 내놓지도 않고 계속 밀리기만 해, 이러다간 일본 산업 전체가 패배할 거라는 이야기도 언급되었습니다.
또한 서로 간의 악감정을 내려놓고 보면 현대차가 신흥 메이커로서 일본보다 유연하게 혁신적인 기술을 적용해 경쟁력이 강하다는 의견과, 토요타가 공개한 EV 컨셉카는 기존의 디자인과 별반 다를 게 없는 보수적인 디자인뿐인데, 앞으로 일본 기업들이 고정관념을 깨고 발전해 나아가야 한다는 평가 역시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급발진, 충돌 안정성, 고속주행 불안이 대부분인데, 의도적으로 자동차 제조기술이 성숙하기 전 시점을 끄집어내 폄하하려는 의도가 보였습니다.
그밖에 유럽에 가면 일본 차보다 현대차가 많이 보이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현지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가격은 더 저렴한데 품질은 일본 차에 가깝고 모든 게 글로벌 시장 타깃이라 선택지가 넓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는 법입니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지 못한다면 도태될 뿐이죠. 아이오닉 5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평가는 이에 대한 적절한 예시가 되겠습니다.
차 리뷰를 진행한 ‘고미 야스타카’씨도 반한 감정이나 오래전 현대차 이미지 등 색안경 끼는 것을 우려해 최대한 조심하며 리뷰를 진행해, 시청자들이 한국차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도록 노력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 결과를 요약한다면, “한국 자동차 산업이 많이 발전했구나”, “일본도 트렌드를 잘 따라가야 한다,” 두 가지로 요약해 볼 수 있겠습니다.
자동차 역사가 시작되고 100여 년의 세월 동안 유럽과 북미, 일본이 자동차 산업의 리더였다면, 앞으로 100년은 우리나라도 어깨를 나란히 했으면 합니다.
아이오닉 5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한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댓글을 통해 여러 의견을 공유했으면 합니다.
일본 포기했던 현대차, 요즘 일본 의외의 반응?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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