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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Aug 27. 2021

"강남 쏘나타 였지..." 렉서스의 눈물 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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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자동차’라는 단어를 듣게 되면, 가장 먼저 어떤 브랜드가 떠오르시나요? 아마 대부분의 분들은 ‘벤츠’나 ‘BMW’, 혹은 ‘아우디’를 언급하실 겁니다. ‘독3사’라고 일컬어질 정도로 굉장한 인지도를 자랑하니까요.

물론, 프리미엄 자동차로 대표되는 브랜드가 독3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요즘 굉장한 인기를 자랑하는 현대자동차의 ‘제네시스’도 있고요. 안전성 하나만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은 ‘볼보’도 있죠.

하지만, ‘이 브랜드’를 빼놓고 프리미엄 자동차를 논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비록 반일감정과 불매운동으로 인해 예전만큼의 명성을 가지고 있진 않지만, 품질에 대한 고객만족도는 여전히 압도적인데요. 특히 ‘강남 쏘나타’라는 별명은 이 브랜드의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제네시스가 가장 먼저 뛰어넘어야 할 숙명의 라이벌이자, 가장 먼저 배워야 할 교과서 같은 브랜드!
오늘의 주제는 바로, 렉서스입니다.


렉서스의 시작


지금이야 전 세계적으로 알아주는 프리미엄 브랜드지만, 처음부터 렉서스가 탄탄대로를 걸었던 것은 아닙니다. 최초의 모델인 ‘LS400’이 공개되기 직전까지, 렉서스는 수많은 질타와 비난을 감수해야만 했어요.

가장 큰 난관은 브랜드에 대한 선입견이었습니다. 렉서스를 만든 기업이 ‘토요타’였거든요.

당시까지만 해도, 토요타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저렴한 자동차를 만드는 메이커’였습니다. 그런 토요타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출시한다니, 그야말로 코웃음 칠 일이었죠.

더구나 브랜드 인지도를 사회적 지위로 인정하는 프리미엄 시장의 특성상, 토요타가 만든 고급차의 실패는 불 보듯 뻔했습니다. 심지어 미국 경제지 <포춘>에서는 “패스트푸드점이 최고급 스테이크를 내놓는 격”이라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기도 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토요타는 고급차 시장 진출에 대한 야망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60~70년대 토요타의 주 고객이었던 베이비부머 세대가 프리미엄 브랜드에 조금씩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거든요. 이렇다 할 고급차가 없는 토요타는 충성도 높은 고객을 빼앗길 위기였죠.

여기에 더불어, 일본 수입차를 연 168만 대로 제한하는 미국의 보호 무역 정책이 시작되면서, 토요타는 적게 팔아도 많이 남는 고수익 자동차, 즉 ‘프리미엄 브랜드’가 절실해집니다.

정리하자면, 프리미엄 브랜드는 토요타가 반드시 맞부딪혀야 할 도전과제였습니다. 기존의 브랜드 이미지를 개선함과 동시에,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촉매제이기도 했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983년 8월, 토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향한 6년간의 여정을 시작합니다.


최고를 향한 도전,
LS400


프리미엄 시장에 늦게 발을 들인 후발 주자인 만큼, 토요타에겐 강력한 임팩트가 필요했습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토요타의 토요타 에이지 회장은 “자금을 아낌없이 투자해 최고의 차를 만들라”라는 지시를 내리죠. 토요타 회장의 탄탄한 지원을 등에 업은 개발팀은 불가능에 가까운 목표를 세웁니다. 

1. 최고속도 250km/h
2. 공기저항계수 Cd 0.28~0.29
3. 97km/h 주행 시 실내 소음 58㏈
4. 연비 10.7km/L

8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위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가령 정숙성을 위해 방음 처리를 더하면, 늘어난 자체 중량 때문에 연비가 낮아졌죠. 즉, 어느 하나를 얻기 위해선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만 했어요.

하지만, 토요타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오히려 불가능에 정면으로 도전했어요. 무려 10억 달러, 우리 돈 1조 1,191억 원에 달하는 연구개발비를 쏟아부으면서까지 말이죠.

토요타의 노력은 집착에 가까울 정도였어요. 450대의 테스트 자동차를 제작해 434만 km 이상을 달렸을 뿐만 아니라, 충돌 테스트를 위해 100대의 프로토타입을 미련 없이 박살 냈죠. 심지어 뒤쪽 서스펜션에 바람이 스치는 소리까지 분석했을 정도예요.

그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1989년, 도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를 공개함과 동시에 초대형 럭셔리 세단 ‘LS400’를 출격시킵니다.

LS400은 프리미엄 시장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습니다. 5m에 달하는 초대형 세단임에도 불구하고, 무게가 1,700kg에 불과했거든요. 게다가 2톤이 넘는 경쟁 모델보다 정숙성과 승차감이 뛰어났어요.

이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담아낸 LS400의 광고 영상은 렉서스의 가치를 단번에 증명했는데요. 보닛 위에 샴페인 글라스를 쌓아두고 시속 240km로 뒷바퀴를 굴리는 장면은 지금도 회자될 정도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어요. 정말 놀라운 점은, 이 광고가 어떤 보조 장치나 CG의 도움 없이 만들어졌다는 겁니다.

LS400의 화려한 데뷔는 곧 시장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이어졌습니다. 데뷔 직후 단 두 달 만에 약 8천 대가 팔려나갔죠. 이게 얼마나 대단한 것이냐면, 미국의 한 자동차 전문지에서 “토요타가 고급 자동차 업계에 악몽을 안겼다”라는 평가를 남길 정도였어요.

하지만! 행복도 잠시, 얼마 지나지 않아 렉서스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지금까지의 노력을 전부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결함이 터졌기 때문입니다.


위기를 기회로, 리콜사태


LS400이 소비자에게 양도된 직후, 각종 클레임이 발생하기 시작합니다. 한 고객은 테일램프 변형을 주장했고, 다른 고객은 배터리 방전을 호소했고, 또 다른 고객은 크루즈 컨트롤이 고장 났다고 했어요. 난리도 이런 난리가 없었죠.

언론 역시 ‘그럼 그렇지’라는 식의 냉소적인 태도로 렉서스를 비판했어요. <월스트리트저널>은 “렉서스의 이미지가 손상될 위기”라고 말했고, <LA 타임즈>는 “일본인도 인간입니다”라며 렉서스를 폄하하기 시작했죠. 

그런데 여기서, 렉서스는 초강수를 던집니다. 두 달 동안 팔린 8,000여 대의 LS400을 크리스마스 전까지 전량 회수하는 계획이었죠. 그것도 단 20일 만에요!

리콜 서비스는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순식간에 진행되었어요. 리콜 통지서가 도착하기 전, 모든 딜러가 고객에게 직접 전화를 걸도록 권고했고,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직접 찾아가서 차를 고쳐줬어요. 그뿐만 아니라, 수리가 끝나면 연료를 가득 채워주고 세차까지 해줬다고 해요.

렉서스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모든 LS400 오너들은 무탈한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었어요. 덕분에 언론의 분위기도 완전히 달라졌고요. 재앙이 될 수도 있었던 리콜 사태가 오히려 신뢰도를 쌓을 수 있는 기회가 된 셈입니다.

리콜 사태 이후 렉서스는 탄탄대로를 달리게 됩니다. 

1990년에는 경쟁 모델을 제치고 미국 고급 대형 세단 판매 1위를 달성하게 되고, 이듬해인 1991년에는 미국에서 가장 많은 차를 판매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역사에 이름을 남겨요. 여기에 합리적인 고급차 ‘ES’와 스포츠 세단인 ‘GS’까지 등장하면서, 렉서스는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에디터 한마디


국내 시장에서는 제네시스에게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만큼은 아직 렉서스가 우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초창기 렉서스가 그랬던 것처럼, 해외 소비자에게 아직 제네시스는 ‘비싼 현대차’로 느껴지니까요.

그러나 반대로 생각하면, 이제는 렉서스가 긴장할 차례일지도 모릅니다. 단 10년 전만 해도, 현대자동차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를 론칭할 것이라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앞으로 10년 뒤, 해외 프리미엄 자동차 시장에선 과연 어떤 브랜드가 웃음을 짓고 있을까요? 렉서스가 LS400을 뛰어넘는 또 한 번의 혁신을 거듭할까요? 아니면 제네시스가 렉서스를 꺾고 새로운 강자로 군림할까요? 두 라이벌의 귀추가 주목되는 바입니다.








“강남 쏘나타 였지...” 
렉서스의 눈물나는 이야기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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