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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키포스트 Aug 27. 2021

"경차 차박이라..?" 모닝 차박러, 직접 만나봤습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의 세상은 이제 오지 않는다.”

작년 4월,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남긴 말이다. 그의 말대로 국민 모두의 일상은 송두리째 달라졌고, 특히 ‘여행’이라는 분야는 엄청난 변화를 겪어야만 했다. 해외여행은 꿈도 꿀 수 없게 되었고, 국내 여행조차 마음대로 하기 힘들어졌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캠핑, 하이킹, 야외 페스티벌 등, 비교적 감염으로부터 안전한 아웃도어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특히 자동차를 이용한 간단한 캠핑, 즉 ‘차박’의 인기는 상상을 초월한다. 언제 어디서나 쉽게 이동할 수 있고 여행 장소 선택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이유에서이다. 이로 인해 최근 자동차 시장에선 쾌적한 차박이 가능한 SUV가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다.

물론, 오직 SUV만 차박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실내와 트렁크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는 세단만 아니라면 어떤 자동차든 차박이 가능하다. 

심지어 ‘경차’로 차박에 도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레이처럼 비교적 큰 경차가 아니라, 모닝이나 스파크처럼 자그마한 경차 말이다. ‘불가능’을 ‘낭만’으로 돌파한 경차 차박러의 이야기를 지금부터 들어보도록 하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26살 사회초년생이다. 현재 어머니가 물려주신 2010년형 기아 모닝(SA)를 보유하고 있다. 허구한 날 청승 떠는 것을 좋아해서 민물 대낚시를 즐기는 편인데, 한 1년 전부터 모닝으로 차박을 다니고 있다.


모닝으로 차박이 가능한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능하다. 더블 폴딩 기능을 최대한 활용하면 된다. 대자로 누울 수 있는 정도는 아니지만, 휴식을 취하기엔 부족함이 없다. 준비 과정도 몇 번 시도해보면 금세 따라 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하다. 

앞 좌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착시킨다.
뒷좌석 엉덩이받이를 탈거하고 앞으로 접는다.
뒷좌석 등받이를 앞으로 접는다.
평탄화 매트를 설치한다.

1단계 - 앞 좌석을 최대한 앞으로 밀착시킨다.
2단계 - 뒷좌석 엉덩이받이를 탈거하고 앞으로 접는다.
3단계 - 뒷좌석 등받이를 앞으로 접는다.
4단계 - 평탄화 매트를 설치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공간은 생각보다 안락하다. 무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건장한 체구의 남성 두 명도 충분히 가능하다. 약간의 캠핑 용품만 갖춰진다면 값비싼 캠핑카가 부럽지 않다. 미니멀리즘이 추구하는 행복은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굳이 경차로 차박을 

하는 이유는?


사실 차박을 하기엔 SUV 만한 것이 없다. 하지만 사회초년생이 SUV를 구입하고 유지하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의 소형 SUV가 많이 출시되었다 한들, 저렴한 것은 결코 아니다. 젊은 세대를 공략한다던 현대자동차의 ‘베뉴’조차 시작 가격이 1,700만 원에 달한다.

반면 경차는 큰 지출 없이 운행할 수 있다. 초기 구매 비용은 물론 유지비도 저렴하다. 얼마 전 오일과 타이어를 교체했는데, 20만 원도 채 들지 않아서 꽤나 만족스러웠다. 

더구나 지금 운행하고 있는 차량은 출시된 지 10년이 넘은 중고차이다 보니, 험하게 굴려도 부담이 되지 않는다. 추후 본격적인 차박을 위한 튜닝을 계획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운전의 재미를 포기할 수 없어서이다. 주책이라 할 수도 있지만 가끔 모닝으로 와인딩을 즐기곤 한다. 차박을 하기 위해 뱀처럼 휘어치는 강원도 산길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차와 한 몸이 되어 스포츠 주행에 몰입하게 된다.

낭창낭창할 것이라는 선입견과 달리, 경차는 꽤나 괜찮은 주행 성능을 갖추고 있다. 무게중심이 높은 SUV보다 안정적으로 코너를 돌아나간다. 나중에 차를 바꾸게 된다 할지라도, SUV보단 소형 해치백을 선택할 것 같다.


그래도 불편한 점이 

하나쯤은 있을 텐데?


사실 차박은 여러모로 불편한 취미다. 여름에는 찌는 듯한 더위에 맞서야 하고, 겨울에는 침낭을 뚫고 들어오는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이는 경차에만 해당하는 이야기가 아니라, 드넓은 공간을 가진 SUV도 피할 수 없는 차박의 현실이다.

사실 쾌적한 여행을 원한다면, 애초부터 호텔을 예약하는 편이 낫다. 포근한 잠자리에서 편안하게 휴식을 취하면 되니깐 말이다. 굳이 고생하면서 차에 머물 필요는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차박의 매력은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는 데 있다. 참을 만한 고통이 쾌락으로 바뀌듯, 차박이 가져다주는 낭만에 비하면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하다.

게다가 차박은 불편한 점 보다 오히려 편리한 점이 더 많다. 텐트처럼 비싼 장비를 구입할 필요가 없고 설치와 철수도 간편하다. 혹여 비가 쏟아지면 트렁크만 닫고 집으로 돌아오면 그만이다. 쉽게 말해서 ‘캠핑’이 아니라 ‘피크닉’을 즐긴다고 생각하면 된다.

딱 한 가지 고민은 주변의 시선이다. 경차로 차박을 하면 캠핑장의 모든 시선이 내 쪽으로 몰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모닝도 가능하네?”라는 말을 던지고 간다. 게다가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차체가 크게 출렁이다 보니, 본의 아닌 오해를 사기도 한다. (웃음)


경차 차박을 도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처음부터 많은 장비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 경차 차박은 ‘미니멀리즘’을 지향한다. 작은 공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기 때문에 장비는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정말 극단적인 경차 차박러는 조리도구까지 생략하기 위해 포장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곤 한다.

그래도 즐길 거리 하나 정도는 챙기길 바란다.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노트북도 좋고, 자연의 정취를 느끼며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도 좋다. 나의 경우엔 주변 풍경을 담을 수 있는 필름 카메라 챙기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차박 매너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휴게소 주차장에서 취사를 하거나 국립공원에서 차박을 하는 것은 불법이다. 

요즘 비매너 차박러 때문에 여러 지역에서 골머리를 썩고 있다더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쓰레기를 담아 갈 종량제 봉투를 꼭 챙겨왔으면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차박의 매력을 알 수 있도록 말이다.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경차라고 해서 차박을 못 할 이유는 없다. 떠날 준비만 되어 있다면, 언제든지 출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차박이다.

지속되는 찜통더위에 지쳐있다면, 열대야가 없는 곳으로 차박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면서 시원한 탄산음료 한 잔을 들이켜며, 유유자적한 휴식에 한껏 취해보도록 하자.








“경차 차박이라..?” 
모닝 차박러, 직접 만나봤습니다
글 / 다키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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