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가 화성시에 새 공장을 건설할 예정입니다. 1997년 화성 3공장 이후 25년 만에 새로 짓는 공장인 만큼 어떤 차를 생산할지 궁금해할 만한데, 오피셜에 따르면 신형 전기차 전용라인이 깔릴 것으로 보도된 바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지금의 전기차가 아닌,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차라고 합니다. 이 차는 목적기반차량(Purpose Built Vehicle, PBV)에 속하는데, 2025년 정식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죠.
그렇다면 PBV란 무엇일까요?
공장을 새로 만들 만큼 중요한 신차인 걸까요?
다키포스트 오늘의 주제 '기아차의 PBV개발'입니다.
PBV란, 전기차 버전 상용차로 보면 되겠습니다. 포터II 같은 트럭보다 스타리아(스타렉스)나 쏠라티쪽에 가까운 전기차로 이해하시면 돼요. 기아차에서도 PBV에 대해 ‘고객의 비즈니스 니즈에 맞춰 개발된 친환경 다목적 모빌리티’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 차의 핵심은 ‘가격과 모듈화’예요. 확장성이 좋다고 해도 상용차인 만큼 비용을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최대 효율을 뽑아내는 건 기본이고 차 값이 저렴해야 글로벌 시장 파이를 보다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을 테니 말이죠.
한편 PBV에 적용된 플랫폼은 심플합니다. 컨셉카를 살펴보면 바닥이 평평하고, 짧은 오버행, 긴 휠베이스가 특징인데, 이렇게 구현하려면 플랫폼 자체가 스케이트보드처럼 생겨야 가능해요. 한때 손잡았던 미국의 전기차 스타트업, ‘카누(Canoo)’의 ‘스케이트보드 플랫폼’과 비슷한 형태로 수렴합니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위해 한창 개발 중인 승용 전기차 플랫폼 ‘eM’과 상용 전기차 플랫폼 ‘eS’를 2025년까지 공개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 이야긴 뒤에서 자세히 다루겠습니다.
PBV의 스펙을 보면 기존과 많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어요. 자체 스케이트보드 플랫폼을 이용해, 차 길이를 3m에서 6m까지 커버할 수 있어요. 덕분에 택배, 대중교통, 리빙스페이스 등 니즈에 맞춰 자유롭게 차를 꾸밀 수 있습니다.
특히 하드웨어 중심이었던 자동차의 개념을 소프트웨어 중심으로 시선을 돌려, 자율주행이나 비즈니스 효율성 개선에 특화되어 있죠.
몇 년 전 컨셉수준에 머물렀던 PBV는 이제 현실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기아차가 새로 만들 PBV에는 eS 플랫폼이 적용됩니다. 주로 배달·배송, 차량호출 같은 B2B 수요를 담당할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 플랫폼으로 2030년까지
▶ 2021년 대비 배터리 용량 50% 증대
▶ 배터리 값 40% 절감
▶ 전기 모터 값 35% 절감
▶ 차 중량 30% 경량화
를 달성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해를 돕기위해 ‘아이오닉 5’를 기준으로 위 목표를 적용해보면, 다음과 같이 스펙 변화가 이루어집니다.
▶ 주행거리
319~429 km → 479~644 km
▶ 배터리 가격
2,154만 원 → 1,292만 원
▶ 전기 모터 가격
518만 원(앞, 뒤 포함 기준) → 337만 원
▶ 차 중량
1,840 ~ 2,060 kg → 1,288 ~ 1,442 kg
요약하면 차 값은 5천 초중반 가격대가 4천 초중반이 됩니다. 또한 아반떼만큼 가벼워지죠. 놀랍죠?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팩을 각각의 모델들이 공유할 수 있게 9가지 형태로 나누고, 아예 배터리 셀 자체를 차에 붙이는 ‘셀투프레임’ 방법을 도입할지 검토중입니다. 그리고 모터 역시 스펙을 맞추기 쉽게 다섯 종류로 정할 예정입니다.
쉽게 말해, 차 마다 따로 놀던 기준을 몇 가지 모듈로 정해놓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렇게 하면 가격을 낮추기 좋고 생산 효율이나 차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한편 PBV 모델은 여러 형태로 개발될 예정인데, 그 중 첫 모델은
▶ 높이 1.8m 수준의 넓은 실내공간
▶ 누적 주행거리 60만 km 수준의 내구성
▶ 차 성능까지 조절 가능한 OTA(무선업데이트)
▶ 시내에서 완전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4 자율주행
들이 적용됩니다.
기아차를 비롯해 현대차가 PBV에 집중하는 이유는, 근미래 상용차 트렌드가 PBV로 바뀔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그룹은 글로벌 시장 중 북미와 유럽의 경상용차(LCV) 시장에 주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로 치면 쏠라티, 스타리아, 카니발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경상용차는 짐을 싣기 편한 구조예요. 차체가 낮고 슬라이딩 도어가 달려 있거든요. 그래서 시내 중심으로 움직이기 좋고, 셔틀버스, 레저 등 다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범용성이 강점인 경상용차는 앞으로 PBV로 진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친환경 정책으로 전기차를 도입하게 되면 효율을 위해 전기차 플랫폼을 적용하게 되고, 플랫폼 자체가 공간 활용성이 좋다보니 자연스레 PBV 개념이 적용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전체 시장 파이로 보면 그리 큰 편은 아니지만, 배출가스 규제에 따른 전기차 전환으로 세계적으로 500만대 이상 수요가 예상됩니다. 이런 이유로 PBV 시장을 신경쓸 수 밖에 없는 것이죠. 또, PBV 진출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기아차는 2030년 기준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4분의 1이 PBV가 차지하게 됩니다.
기아차는 전동화 PBV 시장 진출을 위해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플랜을 가동합니다. 우선 레이 1인승 밴으로 스타트를 끊었습니다. 지난 2월 8일 출시된 모델로 ‘PBV란 이런 느낌입니다.’를 맛보기로 보여준 사례죠.
이어서 니로 EV 기반의 ‘니로 플러스’가 대기중입니다. 올해 출시 예정으로, 택시 전용 모델로 활용하게 됩니다. ‘PBV의 범용성’을 선보인 것입니다. 두 모델 이후론 2025년 부터 2030년까지 중형 PBV, 초소형 PBV, 중형 자율주행 PBV, 준대형 PBV가 순차적으로 등장할 예정입니다.
요즘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제조사들이 미래 먹거리 선점을 위해 전기차 개발에 뛰어든 지금, 기아차는 계획대로 PBV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어려운 요즘 기아차가 공개할 PBV는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됩니다.
전기차 값 확 낮춘다? 기아차, 신형 전기차 개발중
글 / 다키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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