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본 것 같지만, 실제론 처음보는 차 한대가 포착됐다. 얼핏 보면 포르쉐 카이엔과 비슷한 후면부 디자인에 폭스바겐의 전면부 디자인과 유사하다. 옆에서 보면 스포티함을 강조할 의도로 GLC 쿠페의 실루엣이 보인다. 이 차는 중국 브랜드에서 내놓은 차로, 동풍 ‘펜곤 ix5’다. 국내 소비자들 대부분이 처음 보는 차 일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차 인지 가볍게 알아보자.
펜곤 ix5는 중국 제조사 동풍에서 개발했다. 중국어로 둥펑이라 부르며 60년대에 설립된 나름 역사가 있는 중국 3대 자동차 제조사 중 한 곳이다. 또, 국영기업으로 분류되어, 중국정부의 넉넉한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다. 둥펑은 자본력을 앞세워 여러 브랜드와 협업 관계를 맺고 있다. 기아와 닛산 혼다 등과 합작사를 설립했다. 또한 PSA 와도 손을 잡는 등 기술력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2020년 이후에는 신차 개발에 필요한 기반 기술을 확보한 듯, 제휴 브랜드와 결별하고 독자노선을 걷고 있다. 한편 동풍은 합작사 외에도 지역별로 서브 브랜드를 두고 다양한 신차를 내놓고 있다. 이번에 소개할 펜곤 ix5역시 마찬가지다.
[글] 이안 에디터
펜곤 ix5는 동풍의 자회사, 동풍소콘의 산하 브랜드 펑광의 SUV다. 정통 SUV보다 크로스오버타입 쿠페형 SUV 형태로 출시되었다. 국내를 기준으로 준중형급이며 켄보 600에 이어 두 번째로 국내로 들어온 승용 SUV이기도 하다. 디자인을 보면 그럴싸하게 잘 포장했다. 하지만 고유 디자인을 갖췄다기보단, 부위 별로 유명한 디자인을 가져와 버무려 놓은 느낌이다. 전면부는 폭스바겐 브랜드의 수평 그릴 디자인과 유사하며, 보닛 디자인은 역동성을 강조하기 위해 날렵한 굴곡을 줬다.
측면부는 쿠페형 크로스오버 디자인이어서 스타일리쉬함을 강조했다. 묘하게 GLC 쿠페와 포르쉐 카이엔 비슷한 느낌이다. 후면 디자인은 일자형 리어램프를 채택했다. 포르쉐 카이엔을 의식한 유사 디자인으로 보이며, 완성도 측면에선 다소 떨어지는 모양새다. 그밖에 후방 반사판 배치나 듀얼 머플러, 리어 디퓨저 등 여러 요소를 넣었다. 하지만 디자인 요소들이 조화를 이루지 못해 어색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인테리어는 트렌디함과 고급스러움 둘 다를 고려했다. 1열은 디스플레이 적용으로 물리 버튼을 최소화 했다. 이러한 디자인 방식은 세련되며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구현할 때 효과적이다. 아날로그 방식의 클러스터가 들어갔지만, 센터 디스플레이는 10.25인치로 넓직하다. 하단에는 터치타입 공조패널을 넣어 간결한 인티리어를 조성했다. 시트와 대시보드 등 일부 실내 파츠엔 나파가죽을 더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전달한다. 또, 블랙박스가 별도로 장착되어 있는데, 현대차의 빌트인캠과 비슷한 개념이다. 별도 배선이 드러나 있지 않기 때문에 미관상으로도 깔끔하게 처리되어 있다.
이 차의 파워트레인은 직렬 4기통 1.5리터 가솔린 터보에 CVT 변속기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력은 150 PS – 22.4 kgm으로 스포티한 디자인과 D컷 스티어링 휠을 채택한 점을 고려하면 아쉽다. 물론, 일상 주행용이면 무난한 성능이다. 또, CVT 변속기 도입 덕분에 부드러운 주행감을 기대해볼 수는 있겠다. 연비는 리터당 9.8km로 비슷한 체급의 현대차 스마트스트림 엔진과 비교하면 효율 측면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비슷한 배기량의 투싼 1.6 가솔린 터보 모델은 180 ps – 27.0 kgm으로 더 높은 출력을 자랑한다. 또, 복합연비는 리터당 12.5 km로 효율성에서도 앞선다. 특히 동급임에도 불구하고 투싼의 무게가 100kg 더 가볍다. 이는 제조사 별 설계 및 제조 기술의 노하우에서 발생한 차이로 생각해볼 수 있겠다.
그렇다면 이 차의 가격은 얼마일까? 중국 특유의 저렴한 가격이 반영되었다면 그래도 생각해볼 만하다. 중국 내 가격은 대략 1600~2400만원 사이를 형성하며 국내엔 최상위 트림 수준인 2480만원 모델을 구매할 수 있다. 동급 경쟁모델인 투싼의 최상위 트림 가격이 3434만원으로 대략 1천만원 비싼 점을 고려하면 충분히 메리트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탑재된 편의/주행 사양이 빈약하다. 국산차 대부분 수입 프리미엄에 준하는 사양이 포함되는 반면, ix5는 5~6년 전 수준의 편의 기능으로 채워져있다.
이 차에 대해 소비자들은 차라리 천 만원 더 주고 스포티지나 투싼같은 동급 준중형 SUV를 구매하는게 낫다는 의견이다. 하지만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중인 중국 브랜드를 마냥 무시할 순 없다. 이미 전기차 분야에선 유의미한 성능과 품질을 갖춰 다크호스로 급부상한 상황이니 말이다. 호시탐탐 국내 자동차 시장을 노리는 중국 브랜드들이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성장해 시장 파이를 뺏어 갈 수 있을 지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