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오는 전기차 보면 거의 대부분 후륜구동이 기본입니다. 나중에 한 번 보세요. 전기차 카탈로그만 열어봐도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아마 화물차를 빼면 후륜은 고급차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실 텐데요, 전기차는 대중적인 모델이더라도 죄다 후륜부터 시작합니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어떤 점이 다르기에 이런 걸까요?
내연기관차에서 후륜이라고 하면 보통 앞에 엔진이 있고, 동력을 뒤로 보내서 바퀴를 굴리는 방식이 많아요. 앞에서 조향을 하고 뒷바퀴에서 힘을 받아 밀어주는 구조라 전륜차보다 무게 균형을 맞추기 좋고 코너를 돌거나 고속주행을 할 때 안정적인 편이죠.
그리고 뒷좌석 승차감도 좋습니다. 특히 자동차는 가속을 하게 되면 관성 때문에 뒤로 무게가 실리게 되는데, 이때 뒷바퀴에 강한 힘이 걸려도 접지력이 좋아 빠른 가속을 할 때 유리합니다.
대신 뒤에 동력을 전달하는 축이나 디퍼렌셜 기어 같은 부품이 들어가기 때문에 뒷좌석과 트렁크 공간이 좁을 수 있습니다. 뒷자리가 좁은 점은 뒤에 엔진이 있고 뒷바퀴로 굴리는 방식도 마찬가지죠. 그래서 스포츠카가 아닌 이상 작은 차에 후륜을 넣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그런데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많이 다릅니다. 전기차 구조를 보면 차 바닥에 배터리가 깔려 있고, 기본적으로 전기 모터가 뒤에 달려 있습니다. 여기에 몇 가지 부품들이 더 들어가기는 하지만 요약하면 이게 전부에요. 정말 심플하죠?
그럼 이런 특징이 전기차가 후륜이 기본인 점과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요? 우선 무거운 배터리가 가운데에 쫙 깔려 있다 보니 후륜 차처럼 무게 밸런스가 좋고 무게중심 자체가 아래로 더 쏠려 있죠. 그래서 운동성능이 좋아요.
근데 이거보다 더 중요한 건 모터가 뒤에 달려 있어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까 설명했듯 후륜 구동차들은 접지력이 좋은 게 특징인데, 모터는 변속 없이도 출발할 때부터 최대 토크를 바로 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모터를 뒤에 배치하면 강한 회전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겁니다.
반대로 전륜 모터인 전기차는 급가속을 하게 되면 앞 부분 접지력이 비교적 약해서, 바퀴가 헛도는 경우가 생길 수 있죠. 이렇게 장점이 확실하다 보니, 전기차는 후륜이 기본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 그럼 여기서 이런 궁금증 생길 수 있는데, 뒤에 모터가 있기 때문에 그만큼 공간을 잡아먹게 되니, 뒷좌석도 좁아지게 될까요? 차마다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100%라 이야기 하긴 어렵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습니다.
내연기관차는 엔진과 변속기가 차지하는 공간이 크지만 전기차의 모터와 감속기는 정말 작아요. 그렇다고 콩알만 한 건 아니지만 그걸 뒤에 넣어도 트렁크나 실내 공간을 잡아먹을 만큼 크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내연기관차와 같은 크기더라도 더 넓습니다.
그리고 모터를 앞에 다는 경우는 보통 사륜구동일 때가 많습니다. 전기차는 모터의 힘을 동력축으로 보내서 사륜구동을 만드는 대신 아예 앞에도 모터를 달아버립니다. 후륜과 성능이 비슷한 모터를 함께 넣는데 성능은 거의 슈퍼카급으로 뽑아낼 수 있죠. 대신 그만큼 에너지를 많이 쓰기 때문에 주행거리는 확 줄어듭니다.
그렇다면, 전기차는 앞으로도 계속 후륜이 기본일까요? 놀랍게도 아닐 수 있습니다. 전기차의 최종 단계라 할 수 있는 ‘인 휠 모터’가 남아있기 때문이죠. 이게 뭐냐면 쉽게 말해서 바퀴 안에 모터가 들어가 있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앞이냐 뒤냐의 문제가 아닌 거죠.
아직은 컨셉카로만 나와있는 상황이지만 제조사들이 이걸 상용화 시키려고 온갖 노력을 하고 있어요. 인 휠 모터는 지금 전기차의 모터보다 더 작지만, 네 바퀴 모두 순간적으로 큰 힘을 내기 때문에 지금보다 더 효율적이고 빠른 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력계가 차지하는 공간이 거의 없어져서 공간도 더 넓게 뽑을 수 있고 배터리도 더 많이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각각의 모터를 동시에 작동시키는 문제나 내구성 개선 같은 문제가 남아있어서 적어도 5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될 겁니다.
만약 인 휠 모터가 상용화되는 날이 오면 그땐 후륜 대신 사륜이 기본인 날이 올지도 모르겠네요.